281. 반항적인 만 3세 아이 때문에 힘들어요

by 최순자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13회 칼럼

최순자(2022). 반항적인 만 3세 아이 때문에 힘들어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6. 13.


“만 3세 반 다섯 명을 맡고 있어요. 한 아이는 자위행위를 하고, 한 아이는 산만해요. 제일 힘든 아이는 반항적인 아이예요. 이 아이 엄마 아빠는 직장에 다니고 할머니가 주로 키우고 있어요.”


<보육실습> 과목으로 만난 어린이집 교사가 전한 얘기다. 교사로 근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힘들다며 찾아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연초록의 5월 중순 연차 휴가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싶다며 오겠단다. 식사라도 한 끼 같이 하고 싶은데, 내 강의로 점심이 여의찮아 아침과 점심을 겸할 시간대에 오라고 했다. 마음처럼 아름다운 꽃바구니를 들고 온 선생님과 음식을 나누며 어린이집 생활, 앞으로 계획 등을 얘기 들었다.


교사가 가장 힘들다는 반항적인 아이 얘기를 들으며, 그 아이 마음을 생각해 보자고 했다. 엄마 아빠는 직장 다니느라 바쁠 터이다. 아이를 사랑하겠지만, 아이가 원하는 만큼 질적인 시간을 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할머니가 등·하원을 해줄 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에서 귀가 후에도 주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엄마 아빠는 퇴근 후, 잠자기 전이나 휴일 정도이리라.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적더라도 아이의 마음을 읽고 정서적으로 함께 해주는가가 중요하다. 이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 아빠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믿음과 확신이 부족하리라 보인다. 할머니가 아무리 사랑해도 그걸로 채워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이 입장에서 가장 사랑받고 싶고, 아이의 마음속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엄마 아빠이기 때문이다. 엄마 아빠가 자신을 사랑해준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어야 한다.


아이의 반항적인 행동은 불안과 불편함에서 나온다. 그 불안과 불편함을 원인은 바로 자신이 사랑받고 싶은 대상과의 관계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학에서는 아이들의 행동을 ‘관계의 증상’이라 한다. 부모교육을 가면 꼭 나오는 사례이다. 특히 할머니가 주 양육을 하는 경우나 엄마가 기르고 있더라도 아이와 질적인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인 나태주는 당신의 외할머니 품에서 외할머니의 아들로 살았다.

그래서 친어머니의 애정을 결핍하고 갈구하는 경향이 있었다.

보편적으로 어머니란 그 말만 들어도 좋은 존재지만,

이 좋은 존재가 둘씩이나 되는 건 결코 축복이 못 된다.”


나태주의 ‘마음이 살짝 기운다’에 실린, 나민애 문학평론가의 글이다. 그는 시인의 딸이기도 하다. 나 시인은 자전적 에세이에서 자신의 성격은 편안하지 않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어린 시절 자신이 가장 사랑받고 싶었던 대상인 엄마의 사랑이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불안정한 애착 형성은 이후 성격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럼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반항적인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 아이의 부모를 만나야 한다. 이때 부모에게 좋은 말만 해서는 안 된다. 병원에 가면 의사가 환자 듣기 좋은 말만 하지 않는다. 진찰 후 진단하고 치료하거나 처방전을 내준다. 그렇듯이 아이의 행동을 사실대로 얘기해야 한다. 의사는 외과적인 진단이 많지만, 교사는 아이의 심리적인 진단과 처방을 내려야 한다. 그러니 의사보다 더 중요한 역할이다. 무엇보다 아이 입장에서 아이 마음을 부모가 읽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게 전문가다. 전문가란 한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부모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양육에 있어서는 아마추어다. 전문가가 아마추어에 이끌려 가서는 안 된다.


교사의 이런 역할은 멀리 보면, 그 아이 발달뿐만 아니라, 그 가정, 사회, 인류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발달은 이후의 발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화장실 청소도 해야 한다.”라고 했듯이 보육교사 역할이 녹록지는 않다. 그래도 교사는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보육에 임해야 한다. 그럴 때 그 힘듦도 극복할 수 있다. “별일 아니다.”다고 했다던 어린이집 원장도 부모 면담에 힘써야 한다. 보육인의 애씀에 위로와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힘내기를 응원하고 괜찮은 보육인은 보육현장을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보육인의 처우개선과 지위향상 등 제도개선도 바란다. 아울러 찾아와 고민을 얘기한 선생님의 책쓰기 꿈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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