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31회 칼럼
최순자(2022). 내 아이의 결과물을 바랄 때가 아니다.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7. 1.
“식목일 행사로 어린이집에서 6개월, 8개월 아이들 집으로 화분에 꽃을 심어 보냈어요.
그게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차라리 아이들에게 잎사귀를 보게 하고, 꽃향기를 맡아보게 하는 게 더 교육적이지 않을까요?”
예비보육교사를 대상으로 <보육학개론> 강의 시간에 바꿔야 하는 보육 현실에 대해 토의하는 시간에 나온 얘기다. 그는 육아를 마치고 보육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부모 입장에서 그런 경험을 한 것이다. 이런 부모들도 있지만, 많은 부모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한 활동을 결과물을 바란다. 그러다 보니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만든 것들을 보내준다. 가정으로 보내기 위해 교사가 완성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물론 모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20여 년 전 보육정책위원으로 어린이집 시설 평가를 다닌 적이 있다. 방문하게 될 어린이집 한 곳에 대해, 같이 가는 어린이집 원장 대표가 넌지시 “이 어린이집 원장은 오랫동안 운영을 했어요. 가족 중 한 사람이 청와대에 다닌대요. 그래서였는지 그 어린이집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여성부(현, 여성가족부) 장관이 다녀가기도 했어요.”라고 한다. 경력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원 운영을 잘하고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들어섰다.
어린이집 입구에 커다란 사진이 걸려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여성부 장관, 원장이 나란히 서서 촬영한 사진이다. 원장 입장에서는 ‘우리 원에 이렇게 높은 사람들이 다녀갔어요.’라고 자랑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아이들에게는 그 사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런 생각을 하며 어린이집 내부로 들어서는데 한 번 더 원장의 운영철학을 의심하게 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명화 액자를 복도에 걸어두었는데, 어른인 나도 올려다봐야 하는 높은 위치에 걸려 있다. 역시 아이들이 눈으로 볼 수 없는 그림이 아이들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린이집 입구 사진이나 명화 액자 모두 부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보육실과 교실 환경판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이 늦은 시간까지 환경판 정리를 하기도 한다. 비대면으로 교사 대상 강의를 할 때다. 어느 교사가 밤 10시 정도인데도 환경판 정리하느라 아직 퇴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보육실습> 과목 지도 시이다. 한 예비교사가 실습할 어린이집에 갔더니 실습하는 동안에 가을 환경판을 만들어 달라고 하더란다. 그때가 봄이었는데 이미 여름 환경판까지는 만들어져 있더란다. 이렇게 교사들이 애써서 만드는 환경판은 역시 아이들에게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가 공부했던 발달임상을 공부했던 오차노미즈여자대학교 부속 유치원은 일본 최초의 유치원이다. 귀국 후 세미나 때문에 동경에 갔다가 방문했다. 유학 당시에도 유치원에 가서 수업을 듣기도 했는데 그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환경판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 그림만 붙어 있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을 보고, 자긍심을 가질 테고, 또 친구의 그림을 보고는 ‘아 나도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배움이 있지 않을까.
한국은 민간이 운영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비율이 높다. 그러다 보니 운영자 입장에서는 수요자인 부모의 입장을 고려하는 측면이 많은 것 같다. 보육의 본질인 아이들을 놓치고 있다. 이런 어린이집에는 앞서 얘기한 부모들처럼 아이의 발달을 생각해서 부모들이, 먼저 보여주기 위한 운영보다 아이들 발달을 생각해 달라고 요구하면 어떨까. 왜냐하면 지금은 결과보다 활동하면서 어떤 개념이라 원리를 알아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이러한 과정이 만들어 낸다. 과정이 없는 결과물을 바랄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