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태내기 부모역할

by 최순자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41회 칼럼

최순자(2022). 태내기 부모역할.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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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가 귀하다는 생각과 산모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면서 검진과 영양 섭취를 잘해야 한다고 봅니다.”

“태교와 아이와의 교감도 중요하지만 행복한 엄마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음식과 좋은 생각을 하며 아빠의 음성을 들려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비보육교사 대상 <부모교육> 강의에서 ‘태내기 부모역할’을 조별로 토의하게 했다. 토의 후 세 개 조의 의견이다. 대부분 성인 학습자로 자녀 양육 경험이 있다. 그러다 보니 각자의 경험이 녹아 있는 의견이고 다 맞는 얘기다. 첫 번째 의견 중 ‘존재 자체가 귀하는 생각’은 내가 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부모교육 때 얘기하기도 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일, 착상을 통한 임신, 한 생명체로 태어나는 것, 모두 높은 경쟁률을 뚫는다. 이 세상이 단 한 생명도 그냥 태어난 존재는 없다.


‘산모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기’ ‘행복한 엄마’는 같은 의견으로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산모가 심리적으로 편안해야 한다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탯줄 하나로 태아는 엄마와 연결되어 있다. 엄마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은 뻔하다. 그러므로 예비교사들이 중요하게 여겼듯이 엄마 마음이 편해야 한다.


‘검진과 영양 섭취’ 역시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정기검진은 임신 7개월에까지는 매달 한 번, 8~9개월에는 한 달에 두 번, 마지막 아이가 출생할 10개월 때는 1주일에 한 번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알려져 있다. 또 산모는 적절한 영양 섭취와 충분한 수면으로 최적의 태내 환경 유지해야 한다.


‘좋은 음식과 좋은 생각’은 잘 알려진 태교를 의미한다. 태교에 대해서는 목천현감 유한규의 아내이자 4남매의 어머니 이사주당(1739~1821)가 쓴 조선시대 유일한 태교 서적으로 보는 <태교신기>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은 그동안 태교가 산모 혼자 책임져야 하는 몫으로 생각했던 것을, 가족이 함께해야 함을 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이 이후 10년보다 중요하다.”라며 태교를 강조했다. 또 “어미 병이 곧 자식 병이 된다.”라며 현대 의학적 견해도 밝혔다.


구체적인 태교로는 개고기를 먹으면 아이가 소리를 내지 못하고, 토끼고기를 먹으면 언청이가 되고, 방게나 오리고기, 오리알을 먹으면 출산 때 아이가 거꾸로 나오고, 생강 싹을 먹으면 육손이 되므로 삼갈 것을 권했다. 반대로 해삼을 먹으면 총명한 아이를 낳게 되고, 해산 후에는 미역과 새우를 먹으라 했다. 개고기에 관한 사례는 가까운 분에게 들은 적이 있다. 아내가 임신했는데 남편이 개를 잡아 고기를 먹었다고 한다. 그 때문이었는지 아이가 태어나서 개처럼 울며 죽더란다.


아이를 낳는 자세에 대해서는 “아파도 몸을 비틀지 말고 엎드려 누우면 해산하기 쉽다.”라고 적고 있다. 사주당의 태교 목표는 오늘날 강조하는 ‘인성’을 갖춰 군자로 만드는 것이었다. 이런 어머니의 태교 영향을 받은 것일까. 그의 아들 유희는 <언문지> 외 100여 권의 저서를 남긴 실학자이자 언어학자이다. <태교신기>도 사주당이 62세에 쓴 내용을 20년이 지나 유희가 편집한 책이 전해지고 있다.

<태교신기>에는 예비보육교사들이 말한 “아빠의 음성을 들려주는 것도 필요하다.”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스승의 가르침 10년이 어머니의 뱃속 교육의 10개월만 못하고, 어머니의 10개월 교육이 아버지가 잉태시키는 하루를 삼가는 것만 같지 못하다"라고 했다. 고 임종렬 박사는 1960년대 미국에 건너가 발달임상학을 공부하고, 그곳에서 상담가, 임상가 활동을 하다 국내에 귀국했었다. 그는 대상중심이론을 다룬 <모신>에서 “어머니가 편해야 세상이 편하다.”를 강조한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역할은 ‘병풍’처럼 엄마를 편안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기록활동가들과 어르신들이 어떻게 자녀 양육했는지를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서 책(파주에서 부모로 살다)으로 냈다. 그때 한 어르신이 “임신하고는 절대 살생하지 않았다. 닭을 잡을 일이 있으면 이웃에게 부탁했다” “아이가 태어난 후 대문에 금줄을 낮게 쳐 두었다.”라고 했다. 역시 조상들은 태교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를 위해 아무나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지혜가 있었다. 내가 태아였을 때 어땠을까를 최근 구순 노모에게 물어보았다. 그해는 역사 기록에 나올 정도로 큰 홍수가 3개월 정도 있었다. 먹을 것은 없고, 무슨 연유인지 엄마 젖이 딱딱하게 굳었다고 한다. 한의원을 갔더니 ‘열병’이라 했단다. 그런 환경에서도 내가 건강한 것은 엄마와 아버지의 노력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사주당이 <태교신기>에서 “스승의 가르침 10년이 어머니의 뱃속 교육의 10개월만 못하고, 어머니의 10개월 교육이 아버지가 잉태시키는 하루를 삼가는 것만 같지 못하다.”라는 기록이 인상적이다. 아이들 발달을 위해서는 예비 부모교육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혜로운 조상은 이미 220여 년 앞선 19세기 초에 강조했다. 그 지혜를 실천하는 것이 후대가 할 일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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