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유아기 부모역할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43회 칼럼
최순자(2022). 유아기 부모역할.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7. 18.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좋은 부모의 모델링을 보여주며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부모의 좋은 모습을 많이 모델링 해주고, 생활습관도 바로 잡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래 관계 형성이 잘 되도록 해주고, 잘 들어주면서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부모교육> 과목 강의 시간에 조별 토의 후 예비보육교사들이 전한 유아기 부모역할이다. 모두 맞는 얘기다. 유아기는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이다. 자녀 양육을 한 경험이 있는 성인 학습자가 많다 보니 자신들의 경험도 고려한 내용이다. 이들은 유아기 부모역할로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부모가 “이래라저래라.”라고 말하는 대로 아이는 행동하지 않는다. 때로는 잔소리로 인지할 수 있다. 듣는 척은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수도 있다. 아이는 부모가 하는 행동을 보고 자연스레 따라 한다.
몬테소리 교육을 창시했던 이탈리아 교육학자 마리아 몬테소리는 이런 아이의 특성을 ‘흡수정신’이라 했다. 즉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부모의 행동을 보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흡수정신을 무의식적인 흡수기, 의식적인 흡수기로 나누었다. 영아기는 무조건 환경을 있는 그대로 흡수하는 무의식인 흡수기라 했다. 유아기는 아이가 나름 취사선택하는 의식적인 흡수기로 봤다. 영국 런던대 정신분석학자 피터 포나기 교수는 “엄마는 아이의 거울이고, 아이는 엄마의 거울이다.”라고 했다. 그는 안나 프로이트 아동발달센터장으로 학대받은 아이들을 치료하기도 한다. 임상 경험을 토대로 부모가 아이를 강압적으로 대하면 아이는 타인을 강압적으로 대하게 되어 성폭력, 학교폭력 등의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예비보육교사들이 유아기 부모역할로 든 ‘또래 관계 형성’도 중요한 부모역할이다. 인지발달 연구자로 잘 알려진 스위스의 장 피아제는 유아기 인지발달에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봤다. 아이는 기본적인 인지구조를 갖고 태어난다. 그 기본 능력을 바탕으로 인적 환경인 또래와 협동, 갈등을 통해 자기 생각과 같은 부분은 받아들여 동화시키고, 다른 부분은 조절해가면서 인지를 발달시킨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기 또래 관계 형성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책을 많이 읽어주는 역할’은 아이의 언어발달과 관련된다. 유아기는 표현력이 ‘폭발적’이다 할 수 있다. 언어 이해력도 높아진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 그림책을 읽어주는 역할은 중요하다. 단 그냥 읽어주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책 내용에 대해서, 또 다음 전개는 어떻게 될지 등에 얘기를 나눈다면 표현력뿐만 아니라 상상력도 키워줄 수 있다.
예비보육교사들이 토의한 결과 내놓은 유아기 부모역할 외에 두 가지만 더 든다면 첫째는 정신분석학 관점에서 같은 성의 부모 역할의 중요성이다. 남자아이는 아빠, 여자아이는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콤플렉스 개념을 만들어, 아이들은 같은 성 부모의 행동과 심리를 그대로 자신의 것으로 내면화한다고 봤다. 두 번째는 기본운동능력의 민감기라는 사실을 알고 아이들에게 뛰고, 달리고, 던지고 등의 기본운동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감기란 그 시기에 특정 행동이 잘 발달한다는 의미이다. 기본운동능력 발달에 대해서는 동경 유학 시 유아 운동심리 전공 교수가 유아기 발달로 가장 강조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11일간 인도에 머문 적이 있다. 그때 마하트마 간디 박물관도 방문했다. 박물관 입구에 ‘나의 삶이 나의 메시지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내 아이가 유아기라면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여 이슬을 내려주고, 놀이를 할 수 있는 또래를 만들어주고, 그림책을 읽어주고, 같은 성별 아이에게 각별히 더 신경 쓰고, 다양한 운동을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 심신이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음을 알고 실천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