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44회 칼럼
최순자(2022). 아동기 부모역할.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7. 18.
“교육적 도움을 주고, 아이의 감정을 읽어서 소통을 잘하는 역할이 필요합니다.”
“아이와 많은 대화를 통해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부모가 잘못했을 때는 빠르게 인정하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소속감도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예비보육교사 대상 <부모교육> 강의 시간에 ‘아동기 부모역할’ 조별 토의 후 의견들이다. 아동기는 초등학교 시기를 말한다. 자녀 양육을 해 본 성인 학습자들이 많아 경험적인 얘기들도 들어 있다. 내놓은 의견 중 ‘아이와 대화를 통해 마음과 감정 읽어주기’가 많았다. 졸저 <별을 찾는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찾아가 아이들을 인터뷰한 후 쓴 동화이다. 동화를 쓰면서 초등학교에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교사에게 아이들 고민을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느낀 점은 아이들 하나하나가 다른 것처럼 고민도 다양하더군요. '방과 후에 학원에 가고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까지 하다 보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학원을 그만두고 싶지만, 부모님의 기대가 있어 그만둘 수 없다.' ‘공부를 잘하고 싶고 부모님과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은데 공부가 너무 어렵고 하기 싫다.' 특히 여학생들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은데 친구들이 나를 피하는 것 같다.'와 같은 교우관계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꿈이 없는데 자꾸 무엇이 되라, 장래 희망이 뭐니? 이런 걸 묻는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다'와 같이 주변에서 자신의 진로를 묻는 것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고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는 것이 고민이라 말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성장환경이 특별한 친구들은 '부모님이 저를 왜 낳았는지 모르겠다.' '할머니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위 학생은 부모님이 서로 따로 사셔서 어렸을 적부터 할머니 손에서 자란 학생으로 일 년에 부모님을 만나는 날이 손에 꼽히는 학생입니다. 한부모 가정의 경우 늘 엄마나,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가지고 있어, 부모님에 대한 단어만 들어도 의기소침해지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여 말할 때 단어 하나도 신경 쓰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이들의 아픔, 상처는 대부분 부모님 사랑과 관련된 부분들이 많더라고요.”
이 교사가 전해 준 초등학생들도 나름의 고민이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예비교사들이 부모역할로 말한 것처럼 많은 대화를 통해 아이의 마음과 감정을 읽고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의견으로 나온 ‘교육적 도움주기’와 ‘소속감 갖게 해주기’도 아동기의 의미 있는 부모역할이다.
‘교육적 도움주기’와 관련해서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도 이 시기 발달과업으로 중요시했다. 학업이 시작하는 시기이므로 기본적으로 글을 읽는다거나 셈을 할 수 있을 때 ‘근면성’이 형성된다고 봤다. ‘소속감 갖게 해주기’는 인본주의 심리학자 메슬로우의 욕구단계이론은 자아정체감 형성까지의 단계를 말하고 있다. 소속감은 5단계 중 3단계로 사랑·인정과 같은 단계이다. 마더 테레사는 소외받은 이들과 함께한 이후 “가장 큰 재앙은 소속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소속감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것을 학교 운영의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기도 하다.
인간에게 성적 본능인 리비도가 있어 그 리비도가 신체의 어느 부위에 집중되는가에 따라 인간발달 단계를 나눈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초등학교 시기는 ‘잠복기’라 했다. 성적 본능이 잠복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대신 이 시기는 같은 성의 또래가 발달에 의미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남자아이는 남자 친구들과 여자아이라면 여자 친구들과 어울려서 지내게 하는 것이 좋다. 부모와 다양한 체험도 좋지만, 친구들과 박물관도 가보게 하고 야외 체험도 해 보게 하자.
내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눠서 소통하고, 그 과정을 통해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고,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해주고, 같은 성별의 또래들과 다양한 활동을 해 보게 하자. 한 가지 더 초등학교까지는 자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해줄 것도 덧붙이고 싶다. 그러면 자연을 닮아 자연스럽게 정서적으로 안정되리라 본다. 정서가 안정되어야 앞에서 말한 것들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