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45회 칼럼
최순자(2022).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발달이 많이 늦는다면.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7. 19.
“유전상담 및 검사, 모든 임산부와 영유아의 정기검진 의무화, 예방접종 등 예방 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합니다.”
“장애아와 평생 함께 해야 할 가족이 갖게 되는 막중한 스트레스와 부담감, 이 모습을 지켜보는 장애아동 또한 죄책감과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때문에 장애아동 가족을 지원하는 서비스 개선과 함께 후견인제도, 장애연금제도 등을 현재 보다 높은 수준의서비스를 도입해야 합니다.”
유아교육을 공부하는 4학년 학생들이 <장애아동 복지> 강의 후 개선해야 할 사항에 대해 쓴 내용이다. 첫 번째 의견은 예방적 관점을 제시하고 있고, 두 번째 의견은 장애가족에 대한 서비스 관점에서 말하고 있다. 둘 다 일리가 있는 의견이다. 예방적 관점에서 사례를 통해 부모역할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장애통합교육에 관심을 갖고 3년간 국제연구를 했다. 세계에서 장애통합교육을 가장 잘하고 있다는 덴마크,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다는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 일본, 인도 5개국 학자들이 참여했다.
동경에서 각국 학자들이 모여 세미나를 개최했다. 그때 싱가포르대학 연구자가 “싱가포르에서는 아이가 출생하면 청력 검사 등을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뇌성마비, 자폐스펙트럼, 서번트 증후군, 청각장애 등의 장애 사례를 다룬 김혜원의 <특별한 너라서 고마워>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 나온 청각장애 사례를 통해 적절한 시기 개입의 중요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아이가 3개월 먼저 태어났고, 소리에 반응을 안 보이지 않았다. 부모는 그 상태로 그냥 1년 보내고, 두 살이 되어서 진단받게 된다. 결국 보조기구를 몸에 부착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만일 싱가포르처럼 출생 시 의무적으로 청력 검사를 했다면, 청력에 문제가 있음을 알았을 테고 인공와우관 시술 등으로 기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외국학자들과 연구차 방문했던 한국 장애통합어린이집 담당자들이 모두 가장 안타까워했던 점이 있다. 아이의 발달지체에 대해 부모들이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다 시간을 놓친다는 점이었다. 시간을 놓친 사례를 하나 들어본다. 부모는 아이가 10개월 되던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두 시간 거리 할머니에게 맡겼다. 1주에 한 번 주말에 아이를 보러 갔다. 돌이 지나고 나서 할머니가 아이가 이상하다고 했다. “이름을 불러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도 ‘아빠’ 단어만 되풀이한다. ‘잼잼 놀이’조차 안 된다. 자동차, 쟁반 등 모든 물건을 굴리는 행동만 반복한다.”는 것이었다. 부모는 1년을 그냥 보내고 24개월 때 국내 유명 전문의를 찾았다. 이후 자폐증으로 진단받는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다르게 발달이 많이 늦는다고 생각된다면, 일단 전문가 상담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빠를수록 좋다. 시간을 놓치면 위 사례들처럼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기억하자. 장애통합교육을 가장 잘하고 있는 나라인 덴마크에서는 장애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특성으로 여긴다고 한다. 장애인인권센터 김예원 변호사는 많은 사람 입에 오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말한다.
“사람은 그 존재 안에 수많은 다양성을 안고 살아간다. 드라마 속의 우영우도 나도 그러하다. 그런데 장애인은 종종 그 사람 안의 다양한 특성이 ‘장애’라는 한 단어로 납작해지는 경험을 한다. 장애는 질병과 다르기에 앓는 것도 아니며 단지 한 사람을 구성하는 여러 정체성 중 하나일 뿐이지만, 이렇게 장애라는 개념만으로 존재가 납작해지면 세상은 그 사람의 노력이나 성취 역시 장애라는 관점을 통해서만 이해하기 일쑤이다. 그러다 보니 거의 필연적으로 지겨운 장애 ‘극복’ 서사가 뒤따라오게 된다.”
물론 덴마크에서 장애를 보는 관점이나 김 변호사의 생각에 동감한다. 그래도 어린아이를 둔 부모라면 예방적 관점에서 접근할 경우가 있으므로, 내 아이 발달지체의 조기 발견과 전문적 개입을 고려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