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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Oct 03. 2022

335. 교사가 제일 힘들다는 학부모와의 관계 어떻게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58회 칼럼

최순자(2022). 교사가 제일 힘들다는 학부모와의 관계 어떻게 해야 할까?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10. 3.     


  “근무하는 동안 무엇이 제일 힘들었어요?” “학부모와의 관계죠. 아이들도 힘들 때가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과는 잘 지낼 수 있었어요. 다른 선생님들 경우를 보면 교사가 자기 아이를 학대했다고 신고하는 종종 일이 있었어요. 경찰이 와서 CCTV를 확인해도 별일 없는데도 의심하는 분들이 있어요.”    

  개천절 휴일이 월요일이라서 좋은 계절에 직장인들에게는 토요일부터 3일간 황금연휴였다. 연휴 첫날 오전 양평으로 조문 갈 일이 생겼다. 집에서 편도 두 시간이면 갈 거리를 사람들이 단풍 구경이라도 가는 듯 도로 정체로 네 시간이나 걸렸다. 귀가 때도 갈 때보다는 덜했지만 세 시간 정도 걸렸다. 오후 늦게 돌아와 보니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육교사로 근무하다 지금은 쉬고 있는 선생님 내외분이 와 있었다. 저녁을 먹고 모닥불가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위 얘기는 내가 전직 교사에게 한 물음에 돌아온 답변이다.   

  이 선생님뿐만 아니라 영유아 교육기관에 근무하는 원장이나 교사가 제일 힘들어하는 관계는 학부모와의 관계이다. 어떤 어린이집 원장은 그런 학부모들이 힘들다며 폐원했다. 또 어느 원장은 학부모와 법적 소송까지 갔다가 결국 어린이집 문을 닫고 아이들은 사랑해서 다시 교사로 취업하기도 했다. 법적 소송까지 간 과정에 대해서는 조언을 요청받아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내 판단에는 법적 소송까지 갈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데 끝내 문제가 커졌다.      

  모든 문제를 학부모에게 돌리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요즘 아이가 하나나 많아야 둘이다 보니 자녀에게 많은 관심을 두고 민감한 분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자라면서 누구나 다칠 수가 있다. 나 역시 어릴 때 놀다가 다친 상처들이 아직도 훈장처럼 몇 군데 남아있다. 넘어지거나 어디에 부딪혀서 생긴 것들이 테다. 시골에서는 치료도 제대로 하지 않고 놔둔 상처를 농촌 교회로 부임한 목사 사모가 동네를 찾아다니며 아이들을 치료해 주던 장면이 나의 유년기 장면으로 남아있는 따스한 원풍경의 하나이다. 나도 우물가에서 만난 그분이 치료해 줬다.      

  지금 젊은 부모들은 자녀가 영유아 교육기관에서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게 되면 그냥 있는 부모가 많지 않다. 원에 항의하거나 행정기관에 신고한다. 아이가 상처를 입었더라도 보호자와 교사나 원과의 관계에 신뢰가 있다면, 법적 문제까지 가지 않고 해결되리라 본다.      

  오래전 내가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만 5세 반 담임을 맡고 있었다. 반별 보육 일과가 끝나고 방과 후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한 반에 아이들을 모아놓고 교사들이 교대로 반을 맡는다. 다른 반 교사가 우리 반 아이 한 명도 맡은 어느 날이었다. 아이들은 옥상에 올라가 놀이기구를 타며 놀았다. 내가 맡은 반 아이가 지구본 모형의 놀이기구를 타고 있는데 다른 아이가 그 기구를 세게 돌렸다. 아이는 인조 잔디 바닥에 넘어져 뺨에 상처가 났다.      

  곧바로 학부모에게 연락하고 병원에 가서 치료했다. 치료가 끝나고 담임인 나와 그날 방과 후 반을 맡았던 선생님과 둘이서 케이크를 사 들고 아이의 집을 찾았다. 원장은 전화로 학부모와 통화했다. 아이는 이후 바깥 놀이를 할 때 “의사 선생님이 상처로 남는다고 햇볕을 쬐지 말라고 했어요.”라고 할 정도로 상처를 꿰맸는데도, 학부모는 “아이들이 놀다가 그럴 수도 있지요.”라고 했다. 만일 교사와 학부모, 학부모와 원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이 부모는 교직원들과 평상시 서로 대소사를 챙길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서로 신뢰 관계가 있었기에 큰 문제 없이 무난히 해결할 수 있었다.     

  교사나 원장도 진심으로 보육과 교육에 임하고 신뢰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하나는 원마다 학기 초 큰 행사로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 때 원 전체 차원뿐만 아니라 담임교사와 학부모 간 반별 간담회도 진행하길 바란다. 그때 교사는 학부모들에게 ‘왜 자신은 교사가 되었는지?’ ‘교사로서 어떤 교육철학을 가졌는지?’ ‘1년 동안 맡은 아이들 발달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겠는지?’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또 하나는 등·하원 시간의 ‘짧은 대화’와 ‘짧은 문자나 통화’를 해보라는 것이다. 보호자를 등원이나 하원 때 만나면 아이를 맞이하거나 보내는 데서 끝내지 말고 잠깐 짬을 내서 원이나 가정에서의 아이의 행동이나 마음을 얘기 나누길 바란다. 상황에 따라서는 특별한 행동을 보이는 아이의 보호자에게는 문자를 보내거나 짧게 통화를 했으면 한다. 나는 교사 때 업무 후 돌아가면서 보호자들의 시간을 고려해 전화했다. 학년이 끝나고 학부모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점이 참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어느 직업에 종사하든 학부모는 영유아 보육과 교육에 대해서는 아마추어다. 전문가인 교사가 진심을 갖고 보호자를 감동하게 하고 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보육과 교육의 본질인 영유아 발달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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