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61회 칼럼
최순자(2022). 존재 그 자체가 소중한 아이들.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10. 12.
“사랑은 애써 증거를 찾아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심연 깊은 곳으로 내려가 네발로 기면서 어둠 속에서 두려워하는 일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어렵게 받을 수 있는 보상도 아니었다. 사랑은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것이었다. … 현주는 미리에게 미리의 존재 이외의 것들을 요구하지 않았다(최은영, <애쓰지 않아도> 무급휴가 중).”
소설 속 문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방부 주최 ‘병영독서코칭’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강사는 군인들이 일정 기간 6권의 책을 읽게 한다. 읽을 책은 소설, 역사, 시, 철학·예술, 사회과학, 자기 계발 관련 내용이다. 나도 3년째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올해 맡은 부대에서 읽을 소설은 최은영 작가의 <애쓰지 않아도>이다. 작가는 위에서처럼 사랑은 애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상대를 바라봐 주는 것임을 전한다.
8년 전 진도 앞바다에서 제주로 수학여행을 가던 고등학생을 비롯하여 304명이 사망·실종되었다. 나는 이 일 이후 인간은 존재 그 자체가 소중하다는 생각으로 인간관이 완전히 바꿨다. 당시에는 길을 가다가도 사고를 당했던 또래의 고등학생을 보면 눈물이 났다. 처음 보는 아이들을 보고도 속으로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되뇌었다. 세월이 흘러 그 또래 아이들을 대학에서 만나기도 했다. 어떤 아이들은 노란 리본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을 볼 때마다 고맙고 미안했던 기억도 있다.
특히 쉽지 않겠지만 부모들은 자녀에 대해 욕망을 내려놓았으면 한다. 정신분석학자 이승욱은 “내담자의 99%는 어린 시절 부모-자녀 관계로 증상을 나타낸다. 부모가 자녀에게 욕망을 투영해서는 안 된다.”라고 한다. 내 자식이 살아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지 않는지? 교사도 아이들을 존재 그 자체로 만나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