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63회 칼럼
최순자(2022). 무가 쑥쑥 올라왔어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10. 15.
“선생님, 제 무가 쑥쑥 올라왔어요.” “제 무가 많이 자랐어요.” “제 무가 OO 무보다 더 커요.”
어린이집 아이들이 자기가 심은 무를 보고 기쁜 목소리로 말한다. 보육실습 지도 중에 어른 종아리만큼 굵고 큰 무가 어린이집 건물 앞에서 자라고 있었다. 각각의 무에 아이들 이름이 써 있고, 어린 연령 아이들은 얼굴 사진도 붙어 있었다. 김장용으로 충분할 정도이다. 수확해서 아이들 가정으로 보낸다고 한다. 아이들이 한여름에 원에서 제공해 준 큰 흙을 넣은 고무 그릇에 모종을 심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봄에는 딸기, 여름에는 가지와 고추를 심었단다.
종교기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으로 원 내에 키즈카페가 있을 정도로 물리적 환경이 좋았다. 주변에 놀이기구와 놀이터도 충분했다. 아이들은 자주 바깥 활동을 한다. 그때는 꼭 선생님과 같이 무를 관찰한다. 아이들은 무를 보고 “무야 안녕.” “잘 자라고 있네. 다음에 또 봐.”라고 인사한다.
유학 시 박사 논문 작성을 위해 들렀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동경 시내임에도 닭, 오리, 토끼 등을 아이들이 직접 키우던 모습이 떠올랐다. 직접 먹이를 주고, 막 낳은 알을 만지는 등의 활동을 통해 생명에 대한 존중, 배려하는 도덕성 함양에 도움을 주기 위함이라고 했던 원장의 얘기도 귓가에서 맴돈다.
도심에 있는 어린이집임에도 아이들이 쉬 볼 수 없는 농작물을 직접 키우고 있는 점이 고맙고 기뻤다. 단 한 두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물을 주고 키우는 것을 아이들이 하면 더 좋을 텐데, 원의 버스 기사가 하고 있다고 한다. 또 관찰일지는 쓰지 않고 아이들이 그냥 무를 보고 인사를 건네고 있다고 하는데, 1주일에 한 번 정도 관찰일지를 써 보도록 해서 아이들의 관찰력, 집중력, 과학적 사고력, 더욱 풍성한 감성을 길러주면 더 좋을 것 같다. 가정으로 무를 보낼 때 비닐에 넣어서 보낸다는데, 이도 종이나 천 주머니를 활용하면서 아이들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 주어 자연스럽게 환경교육도 하면 어떨까 한다.
내가 어린이집에 근무했을 때는 봄에 아이들에게 화분을 하나씩 가져오게 해서 원 입구에 놓았다. 매일 아이들에게 직접 물을 주게 하고, 1주일 한 번 관찰일지를 쓰게 했다. 글을 잘 모르는 아이는 그림으로 그리게 했다. 원내에 있던 수족관 물고기에게 원장이 먹이를 주길래, 우리반 아이들이 맡게 하겠다고 해서 당번을 정해 그렇게 했다. 물고기도 관찰일지를 쓰게 했다. 그때 아이들이 오고 가며 꽃과 물고기에게 인사하고 기뻐하던 얼굴들이 떠오른다.
교육은 여러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는 주변 환경을 잘 활용하여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교육적 의미가 있도록 할 것인가를 성찰해야 한다. 어떤 장면이나 활동이 의미가 있으려면 교사가 먼저 의미 부여가 돼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말할 수 있고 그 의미가 전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