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62회 칼럼
최순자(2022). 아이들이 걸어서 등원하게 하자.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10. 14.
어린이집에서 보육 실습을 하는 예비보육교사 실습 지도를 하고 있다. 아침 출근 시간 도로 정체를 고려하여 아예 새벽에 집을 나서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 이른 시간에 실습지에 도착한다. 책을 가지고 가서 실습생이 실습을 시작할 시간까지 차에서 독서를 한다. 또 아이들이 보호자와 등원하는 장면도 지켜볼 수 있어 좋다.
엄마가 갓난아이를 앞에 안고, 큰아이는 유아차에 태워 엄마가 뒤에서 밀고 등원한다. 큰아이는 만 세 살 정도 되어 보인다. 혼자서 충분히 걸을 수 있는 나이이다. 선생님이 보호자와 아이를 맞이한다. 유아차에 탄 아이는 손을 잡아서 내리게 했다.
내가 동경에서 유학 중 실습을 했던 한 유치원의 입학 조건 중 한 가지는 유치원에서 반경 2.5km 내에서만 입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통원버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멀리서 오지 말라는 것이다. 등원할 때는 자동차에 아이를 데려오지 말라고 했다. 자전거에 태워 오는 것은 허용했다. 가능하면 가까운 거리에서 아이와 걸어서 등원하라고 했다. 보호자가 아이와 걸어오면서 날씨의 변화도 느끼게 하고, 꽃과 나무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라는 것도 권면 사항이다. 어른이 입장이 아닌 철저히 아이 발달을 고려한 조건이다.
아이는 걸어야 발달에 도움이 된다. 뇌는 두 가지 중추로 연결되어 있다. 감각과 운동 중추이다. 걸어야 뇌 발달과 근육 발달로 신체 발달에 도움이 된다. 일본의 어느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뛰고 달리는 등 신체활동을 일과 대부분으로 보내는 곳도 있다. 아이 발달을 고려해서이다.
걸을 수 있는 아이를 보호자가 유아차에 태워서 등원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맞이하는 교사가 아이에게 말해보자. “OO가 걸을 수 있겠지? OO 내일부터 엄마 손 잡고 걸어오면 어떨까?” 보호자에게도 아이와 걸어서 올 수 있도록 그 이유를 살짝 얘기해 주면 어떨지.
걸어서 오는 아이는 ‘아, 내가 걸어왔다.’라는 내면의 만족감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이 자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아존중감을 가질 수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마지막 회 장면으로 기억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회전문을 이용했던 자폐스펙트럼 우 변호사가 혼자서 회전문으로 출근한다. 그러면서 “아 이 뿌듯함!”이라고 한다. 발달에 중요한 시기인 아이들도 뿌듯함을 자주 경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