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67회 칼럼
최순자(2022).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해야.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2022. 10. 29.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최순자, 씽크스마트)>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내용은 ‘아이들이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어른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제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을 보면 크게 세 종류로 나뉩니다. 첫째, 아이 스스로 자기가 먹을 음식을 고르게 하는 부모 둘째, 부모가 골라주는 경우 셋째, 아이가 고르게 했다가 시간이 걸리면 그냥 부모가 골라주는 유형이 있습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과 2학년을 대상으로 ‘교직실무’ 과목을 맡고 있다. 수업 중 독서과제 발표 시간에 나온 얘기다. 이 학생은 내가 쓴 책을 읽고 발표하면서 위 사례를 전했다. 위 학생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상황을 많이 접하고 있기 때문일 터이다.
이는 부모뿐 아니라 교사들도 아이들과 상호작용에서 어떠한지를 반성적 사고로 살필 일이다. 다행히 2019년부터 아이의 자유와 선택권을 존중하는 ‘놀이중심’ 교육과정으로 바뀌었지만, 이를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을지? 물론 많은 교사가 활동 시에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겠지만, 아직도 교사가 주도권을 갖지는 않는지 교사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 ‘기다리다 부모가 정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실제로 이런 경우도 꽤 있을 것이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글 서문에서 “기다리는 것도 일이니라. 반개(半開)한 꽃봉오리 억지로 피우려고 화덕을 들이대랴, 손으로 벌리랴. 순리가 있는 것을.”이라고 했다. 절반만 핀 꽃을 빨리 보고 싶다고 온도를 높이거나 손으로 벌릴 수 없고 때가 되면 핀다는 의미이다. 아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며 시간이 걸린다고 어른들이 해주는 것은, 마치 온도를 올려 꽃을 피우거나 손으로 꽃을 벌려서 피우는 것과 같다.
아이는 스스로 어떤 일을 하므로 자기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자기 가치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자아존중감’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실수 실패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회복탄력성’도 획득할 수 있다. 기다려주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