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74회 칼럼
최순자(2022). 유아에게 받아쓰기가 적절할까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2. 12. 27.
“만 5세 여아가 받아쓰기 활동을 하고 난 후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속상해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옆 친구가 그 아이 점수를 보았어요. 그걸 안 아이는 화를 내며 눈물을 흘리며 속상해 하면서 선생님에게 일렀어요. 선생님은 점수를 본 아이에게 상황을 알아본 후, 속상해 하는 아이에게 친구가 일부러 본 게 아니니 속상해 하지 말라고 달랬어요. 그러나 아이는 분이 안 풀려 더욱 화를 내고 씩씩거리며 선생님을 때리더군요.”
보육실습을 다녀온 예비보육교사가 전한 말이다. 유아에게 받아쓰기를 하게 하는 원이 있다는 게 씁쓸하다. 왜냐하면 이 방법은 아이들의 발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 원에서는 유아에게 받아쓰기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일까. 부모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더하기 빼기나 받아쓰기 등을 통해 한글 공부를 시켜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년 전 어느 지역의 보육정책위원으로 구립 어린이집 원장 채용 심의에 참여했을 때의 일이다. 심사 마지막 단계인 면접까지 올라온 원장 지원자들에게 내가 꼭 했던 질문이 있었다. “지원자가 만약 원장이 되었는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한글 학습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였다. 그때 대부분의 후보자는 그 방법이 아이들의 발달에 맞지 않지만, 학부모들이 요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많았다.
그런데 한 번은 한 후보자가 말했다. 다른 지역에서 원장을 하고 있는데, 이직을 위해 지원한 원장이었다. “제가 현재 재직하고 있는 어린이집에 처음 갔더니, 아이들에게 학습지를 시키고 있더군요. 이는 아이들이 발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 부모회를 개최했습니다. 부모들에게 학습지 교육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저와 생각이 맞지 않는 분은 다른 곳으로 옮겨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때 이사 가는 아이 한 명 빼고는 단 한 명도 옮기지 않았습니다.”라고 했다.
한글 쓰기는 억지로 시켜서는 안 된다.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 자기 이름, 친구 이름 등 아이가 친근하게 느끼는 것부터 천천히 해도 된다. 무리하게 쓰기를 공부처럼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전문가로서 원장과 교사들의 철학이 필요하다. 부모에게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