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76회 칼럼
최순자(2022). 낯가림이 심해 쉽게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해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2. 12. 29.
“42개월 여아로 외동입니다. 등원과 하원은 엄마와 합니다. 아빠는 직장에 나가고요. 낯가림이 심해 동네에서 이웃을 만나도 엄마 뒤에 숨어버리곤 한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낯선 사람에게는 인사도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아침에 어린이집에 등원해서도 또래들 놀이를 그저 바라보기만 합니다. 그러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야 천천히 스며들어 함께 놉니다.”
보육 교직원 직무교육 때 보육교사가 전한 말이다. <영유아 행동의 이해> 관련 과목 강의를 하면서, 아이들과 같이 지내면서 교사로서 신경 쓰이는 행동을 써보라고 했더니 남긴 메모이다.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태어나서 6개월 전후에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 대해 낯을 가리기 시작한다. 낯을 가린다는 것은 익숙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할 줄 아는 분별력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2세 정도가 되면 낯가리는 행동은 대부분 없어진다. 수줍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간의 정서 중 수줍음은 유전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 그에 반해 소아신경과 전문의 김영훈은 부모가 지나치게 과잉보호하면 낯을 심하게 가리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내성적이고 낯가림이 심했지만, 세미나 강사, 비즈니스 회사 대표가 된 다카시마 미사토(高嶋美里)는 <낯가림이 무기다>라는 책을 펴냈다. 부제는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는 90% 사람들이 낯을 가리는 편으로 본다. 그러면서 낯을 가리는 사람은 감지하는 능력과 관찰력, 공감력을 가진 사람으로 본다. 그래서 사람이나 상황을 민감하게 파악해서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소통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위 사례를 전한 교사는 아이가 걱정스럽다는 의미로 말했으나,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외동으로 혼자라서 그럴 수도 있고, 2세가 지났는데도 낯을 가린다면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또 기질적으로 천천히 반응하는 아이일 수도 있다. 느린 아이들은 기다려 주어야 한다. 재촉하면 아이는 더 위축되고 성격 형성에도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례 속에 나오는 아이는 ‘낯가림을 무기’로 ‘소리 없이 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지켜보는 보육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