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72. 지도보다 관계 맺기가 우선

by 최순자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77회 칼럼

최순자(2022). 공격적인 23개월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2. 12. 30.


“23개월 쌍둥이 형제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누나가 있습니다. 엄마가 주 양육자로 키웠는데 형제간에 형, 동생의 관계보다 친구 관계로 키웠다고 합니다. 위 아이는 놀이 중 다른 또래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큰 소리로 울면서 상대를 물어버립니다. 지금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다른 친구를 뭅니다. 아래 아이는 손에 들고 있는 블록, 모형 동물 등 손에 들고 있는 놀잇감을 상대에게 던집니다. 또 두 아이 모두 소리소리 지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보육교사를 대상으로 <영유아 행동의 이해>라는 내용으로 직무교육을 할 때 나온 질문이다. 교사 입장에서 맡고 있는 아이 중 가장 다루기 어려운 아이들이라고 했다. 물론 이 외에 신경 쓰이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있지만, 그 당시는 아이들 때문에 힘들다고 고백했다. 아이들은 물고, 던지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사가 많이 힘들어할 만큼 공격의 행동을 보이는 있는 두 아이는 마음이 불안하고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의 불안과 불편함은 어디서 올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


먼저 아이들 입장에서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인 부모와의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 엄마는 누나와 두 아이를 키우는데 벅찰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에게 여유를 주고 편하게 대하기보다 엄마의 감정이 아이들에게 실릴 수 있다. 또 혹여 엄마가 누나에게 더 관심과 사랑을 주고 있어, 두 아이가 그걸 느끼고 있지는 않나 살펴봐 줄 일이다. 교사가 살펴봐 준다는 의미는 아이의 행동을 부모와 사실대로 말해주고 집에서 아이들이 느낄 정서에 대해 부모와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부모가 자기 행동으로 아이들이 불안, 불편함을 느낄 것 같다고 한다면, 부모가 그 점을 인식한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행동의 변화로 아이들을 대할 수 있도록 전문가 입장에서 조곤조곤 얘기해 주자.


두 번째로 아이들이 언어 표현이 아직 서툴러 말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 공격적이라면, 교사는 상황에 따라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천천히 얘기해 주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아이들 입장에서 선생님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믿음과 확신을 갖도록 해줘야 할 것이다. 영아들도 교사가 자신을 사랑한 지 그렇지 않은 줄을 안다. 한 번은 직무교육 때 쉬는 시간에 한 교사가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다.


한 아이가 책상에 올라가지 말라고 해도 선생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계속 책상에 올라간다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교사의 말을 듣고 나서 내가 교사에게 물었다. “선생님, 그 아이를 사랑하시나요?” 왜냐하면 교사가 하는 말속에서 아이를 별로 좋아하고 있지 않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대답은 내 느낌대로였다. 교사는 “아니요. 교수님 사실은 그 아이가 미워요.”라고 했다. 내가 느끼듯이 아이도 선생님이 자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


아이들을 지도하기 이전에 관계 맺기가 우선이다. 관계 맺기의 핵심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아이들이 그걸 아는 것이다. 그랬을 때 교사의 말을 듣는다. 초심을 잃지 말고 아이들과 관계 맺기를 하고, 부모들도 변화시키고자 하는 전문가 교사를 응원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71. 낯가림이 심해 쉽게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