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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언어 표현을 거의 못 하는 아이가 있어요

by 최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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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79회 칼럼

최순자(2023). 언어 표현을 거의 못 하는 아이가 있어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1. 1.

“언어 표현을 거의 못 하는 유아가 있습니다. 아빠는 직장에 다니고 엄마는 집에서 육아를 맡고 있습니다. 두 분은 집에서 주로 스마트폰만 합니다. 아이와는 거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언어발달 지체로 치료실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 아이에게 제가 10분씩 동화를 읽어줬습니다. 그랬더니 아이 표정이 밝아지고, 서툴지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예비보육교사를 대상으로 <부모교육> 과목 강의를 했을 때, ‘장애 가족을 위한 부모교육’ 주제로 직간접 사례를 나눌 때 나온 얘기다. 이 사례를 전해 준 학생은 아이들을 만나는 일을 하고 있단다. 아이가 말을 잘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양육환경으로 보인다. 집에서 부모가 아이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주로 휴대전화만 한다는 것이 단서이다.


내가 봤던 아이도 비슷한 양육환경으로 언어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4세 정도의 아이가 말을 잘하지 못해 치료실에 왔는데,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는 아이에게 “저기 앉아.” “저리 가봐.” 등 지시어만 하고 의사소통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집에서 아빠가 전화한 모양이다. 엄마는 “심심하면 게임을 하면 되잖아.”라고 답변한다. 가족이 외출하고 혼자 있던 아빠가 심심하다고 했나 보다. 엄마의 대답을 통해서, 이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집에서도 주로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가 말을 잘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언어치료실에서 언어치료사에 의해 아이의 말하기가 어느 정도 나아질 수 있지만, 더욱더 중요한 아이의 언어 환경은 가정에서의 부모이다. 사례에서 아이를 만났던 예비교사가 동화를 읽어주었듯이, 아이에게 그림책이나 동화를 읽어주는 것도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사례에서 양육자가 아이의 눈을 보며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했다. 즉 언어가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언어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한다. 아이들은 언어발달이 지체되면 또래 관계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사회성 발달, 사고발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인 교사는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를 위해서는 또래 관계 형성에 신경 써주고, 그 아이의 부모가 가정에서 아이와 눈을 마주 보고 음성언어로 질적인 상호작용을 하도록 조언해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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