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75. 토하는 아이

by 최순자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80회 칼럼

최순자(2023). 토하는 아이가 있어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1. 2.


“늦게 등원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선생님 눈치를 보다가, 선생님이 조금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면 토해요.”

보육실습 지도 중 들은 얘기다. 코로나19 상황 중 지도라 교실 안까지 들어갈 수 없었다. 밖에 선 채로 예비 보육교사에게 애로사항이 있는지 물었다. 그때 예비교사가 전한 사례이다.


아이 엄마는 결혼이주여성이라 한다. 아빠는 외국에 나가 있고 엄마와 함께 늦게 등원한단다. 등원 후 아이는 늘 담임 선생님 눈치를 보고, 선생님이 조금 강압적인 모습을 보이면 토하기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를 보고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 예비교사가 아이에게 조금 친절하게 대해줬더니 자기에게 와서 안긴다고 한다.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보자. 아이는 한국어가 잘 안되는 엄마와 살고 있다. 어린이집에 와서도 담임 선생님이 따뜻하게 대해주기보다 조금 무섭게 한다. 아이 마음은 분명 불편할 것이다. 그 불편함을 토하기로 자기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토하기’는 다른 말로 ‘보여주기’라 한다. 즉 행동으로 자기 마음을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의사, 교육자, 작가, 아동복지시설 원장이었던 폴란드의 야뉴스 코르착은 “세상에는 많은 끔찍한 일들이 있지만, 그중에 가장 끔찍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아빠, 엄마, 선생님을 두려워하는 일이다.”라고 했다. 아이들에게 아빠, 엄마, 선생님은 어떤 존재인가. 아이들의 가장 가까운 곁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이 아이를 무섭게 하면 아이 발달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임상가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어기제는 ‘억압’이다. 그 이유는 ‘억압’된 경험은 이후에 반드시 병리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모나 교사가 무섭게 느껴지면 아이들은 밖으로 표현하지 않고 ‘억압’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사례 속 아이가 밖으로 보여주는 토하기는 아이의 발달을 위해 ‘억압’보다 나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아이 마음은 불편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대로 된 몬테소리 교육을 하는 곳에서는 따뜻한 교실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교구, 책상, 의자 등을 모두 분홍색을 사용한다. 몬테소리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가르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안내자, 지원자라 한다. 몬테소리 교육 창시자 마리아 몬테소리는 교사의 역할을 “아이에게 교사가 필요할 때는 바로 옆에 있었던 것처럼 반응해 주고, 아이들이 환경과 상호작용을 잘하고 있을 때는 없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그런데 사례의 교사처럼 아이에게 눈치를 주고, 강압적으로 할 때 아이는 얼마나 심리적으로 불안하겠는가. 따뜻하게 아이들을 대해주고, 부모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사는 전문가임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전문가는 그 분야를 잘 알고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374. 언어 표현을 거의 못 하는 아이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