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392회 칼럼
최순자(2023). 이해하니 안타까웠어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1. 14.
“만 2세 반에서 실습했어요. 그 반에 조금 특별한 아이가 있었어요. 늘 혼자 노는 아이였어요. 호기심이 많아서인지 이것저것을 만지다가 담임 선생님에게 자주 혼났어요. 담임 선생님은 아이를 문제 아이로 여기고, 화가 먼저 나가더군요. 그런데 알고 보니 아이가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는 환경이더군요. 그 아이 환경을 이해하니 안타까웠어요.”
예비 보육교사가 어린이집에 보육 실습을 다녀와서 최종보고회 때 한 실습 때 인상 깊은 일로 발표한 소감이다. 아이가 어떤 양육환경이었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어떻든 아이가 사랑받지 못하고 어린이집에 와서 보이는 행동이다. 사랑받아야 할 사람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불안하고 힘이 없다. 그러니 아이도 어린이집에 와서 혼자 노는 모습을 보인다고 볼 수 있다.
이것저것 만지는 것은 이 시기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 이 시기는 호기심이 많고 신체적으로 움직임이 많은 시기다. 그러니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만진다. 그러다가 선생님에게 혼나는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보자. 다행히 실습 교사는 그 아이의 마음을 읽었다.
전 문화재청장을 지낸 미술사학자 유홍준 선생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문에서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낀 만큼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했다. 실습 교사가 ‘안타깝다.’라고 한 것은 바로, 이 이치와 같다. 아이를 사랑의 눈으로 바라 봤다. 다행이었고 고맙다. 비록 그 아이 옆에 계속 있어 줄 수 없지만, 이후 교사가 되었을 때도 그 마음에 변함이 없기를 바란다. 사랑은 안타까움이다.
구순을 바라보는 노모에 대한 나의 마음이 안타깝다. 그래서 노모와 여행 중 있었던 일, 노모가 나에게 준 사랑 등을 글로 묶어 낸 책 제목을 <사랑은 안타까움이다>로 했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 영유아 교육기관에서 교사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다면, 실습 교사가 말한 담임 교사처럼 그런 아이를 문제 아이로 보기보다는 아이가 사랑받지 못해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여기길 바란다. 그때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 아이에게는 어떻게 대하고, 부모에게는 어떤 조언을 할지의 올바른 태도와 방법이 나올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