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400회 칼럼
최순자(2023). 아이의 성 정체성이 신경 쓰여요.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1. 22.
“만 2세 남자아이입니다. 그런데 여성 취향이 있습니다. 엘사 공주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흉내를 냅니다. 손가락까지요. 신체 접촉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성 정체성이 신경 쓰입니다. 양육환경은 자세히 모르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보육교사가 직무교육 때 한 질문이다. 성에 대해서는 생물학적으로 태어났다는 의견과 양육환경에 의해 사회적으로 결정된다는 의견이 있다. 정신분석학자 구스타프 칼 융은 인간은 '양성성'을 지닌 존재라 했다. 즉 남성이지만 여성성을 가지고 있고, 여성이지만 남성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샌드라 뱀'도 같은 의견을 제시하면서, 본래 가지고 있는 양성성의 존재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더욱 넓은 선택의 폭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유능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추적 연구한 결과, 어린 시기에 성 고정 관념에 얽매이지 않게 자란 사람들임을 밝혔다.
또 뇌 구조의 차이로 해석하기도 한다. 대체로 남성의 뇌를 '체계화의 뇌'로 불린다. 공간 능력이나 체계화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여성은 '공감의 뇌'라 불리는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결과로 나타났다. 이처럼 뇌과학자들은 남녀의 차이는 뇌의 차이로 보고 있다. 그런데 약 7% 정도는 남자아이인데 '공감의 뇌'를 가지고 있고, 여자아이인데 '체계화의 뇌'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질문에서 나온 아이도 이 이론에 의하면, 남자아이지만 여자아이의 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에 머니 등(Money & Ehrhardt)의 연구에 의하면, 한 개인이 남자, 여자의 감각을 갖게 되는 것은 생물학적인 특성이 아니라 생후 2~4년 동안 양육자에 의해 형성된다고 보았다. 여자아이가 태아 때 안드로겐이 많으면 남자아이처럼 행동하고, 남자아이가 안드로겐이 적으면 여자아이처럼 행동하지만 성 정체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봤다. 정신분석학자 이승욱은 성 정체성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는 3세 전후로 봤다. 생물학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양육자의 영향을 받는다고 본다.
사례 속 아이도 가정에서 부모나 주변 사람의 영향이 있으리라는 짐작을 해 본다. 부모나 교사는 아이가 가지고 태어난 생물학적 성을 고려하되, 특정 성 역할을 강요하지 않아야 한다. 방탄소년단(BTS)의 뉴욕 유엔본부 연설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표로 연설한 리더 김남준(RM)은 "국가, 인종, 성 정체성 등에 상관없이 자신 스스로에 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연설을 해서 공감을 얻었다. 균형 잡힌 성 정체성이 유능한 아이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