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내 뇌에 걸린 여행

by 최순자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나는 학부 전공으로 역사를 선택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한국 전쟁 참전, 일본 징용 등 온 몸으로 한국 현대사의 질곡을 건너온 얘기를 들려준 아버지의 영향과 또 하나는 답사를 겸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며칠 전 유튜브에서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북콘서트를 들었다. 그는 자신이 하는 행동이 그 사람 정체성이라며, 작가 자신은 ‘여행과 글쓰기’로 정의했다. 나에게 있어 여행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나를 찾고 싶을 때 떠나는 행위이다.


학창 시절에는 청량리에서 춘천행 열차에 몸을 싣고 남춘천에서 내려 소양강을 배로 건너 오봉산까지 다녀오는 코스였다. 또 한 곳은 신촌에서 버스에 몸을 싣고 다녀온 한국 역사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강화도 여행이었다.

이후 내가 한 여행을 생각해 본다. 7년 동경 유학 중, 봄이면 매화를 찾아다녔던 탐매 여행, 문화 비교나 연구차 몇 차례 다녀온 중국, 베트남 여행, 신혼 여행지였던 뉴질랜드와 호주, 50앓이를 하며 20여일 머물렀던 영국, 젊었을 때 힘든 여행을 해야 한다며 다녀 온 인도, 스리랑카, 태국, 네팔, 인도네시아 등이다. 물론 국내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김영하 작가는 고생 끝에 열매처럼 영근 여행을 ‘뇌에 걸린 여행’이라 했다. 내 뇌에 걸린 여행을 생각해 본다. 몇 개가 떠오른다. 그중 지난해 말에 다녀온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3210m의 푼힐 전망대를 오르던 일이다.

트레킹 7일째로 몸은 약간 지쳐있었다. 그래도 히말라야 원시의 하얀 설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으로 걷고 또 걸었다. 일행 중 가장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후 어두운 길을 마다 않고 내 짐을 받으러 와 줬던 셀파 왕닥은 히말라야 산속을 비추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우리 일행 뒤 바로 안내했던 한국 교사 눈사태 사고로 희생되었다.

인생의 생과 사를 가늠했던 곳, 경비행기를 타고 안개 속 하늘을 나를 때는 죽을 수 있다는 생각도 했었다. 바로 그곳이 지금으로서는 나의 뇌에 걸리는 첫 번째 여행지이다. 자연은 쉬 인간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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