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감정 여행을 했던 날

by 최순자

어린이집에서 보육 실습을 하는 예비교사 실습 지도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K 시에서 실습을 하는 A 학생이 있다. 그 지역을 방문하기로 한 하루 전 전화가 왔다. 개인 사정이 있다며 다음 날로 했으면 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사정이어서 그 학생만 빼고 다른 학생들은 지도를 마쳤다.


그 학생 지도를 다시 잡은 날이 오늘이었다. 9시 출근 시간에 맞춰 일찍 어린이집에 도착했다. 그런데 학생이 출근 전이었다. 휴게시간 한 시간도 근무하는 것으로 해서 출근을 30분 늦추고, 퇴근은 30분 일찍 하기로 했단다. 통상의 실습시간이 아닌 합의해 의해 시간을 바꾸었다면 알려야 하는 게 당연할 텐데 알려오지 않았다.


나는 다음 일정 때문에 학생이 출근하기를 기다릴 수 없어 오후에 방문하기로 했다. 첫 번째는 연기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기에 충분히 이해했다. 그러나 오늘 사정은 다른 상황과 겹치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S 지역의 한 학생이 지도를 나간다고 했음에도 휴게 시간이라며 어린이집 가까이 있는 집으로 간 경우가 있었다. 나는 그 학생이 휴게시간 임을 알 수 없었기에 그 시간에 간 것이었다. 할 수 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날 지도하기로 한 학생을 다음번으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고대 중국에서는 인재를 선발할 때 ‘신언서판(身言書判)’ 순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판단력’을 선발기준으로 삼았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 여하튼 앞으로 교사로 역할을 할 이들의 행동이 나로 하여금 감정 여행을 하게 했다.


이 정도의 감정 여행으로 30여 명의 실습 지도를 마치게 함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아침에 흔들렸던 감정이 아직도 여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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