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동양의 평온한 정취에 마음이 간 여행

by 최순자

‘동서양의 아름다운 정원을 품은 수목원, 자연을 사랑하는 한 사람과 예술을 자연으로 그려내는 한 화가가 만나, 벽초지수목원의 기나긴 여정이 2005년에 시작되었습니다. 벽초지수목원은 한국의 대표 수목원으로서 약 1,000종의 식물을 키우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그제 다녀온 벽초지수목원 안내장에 적힌 내용이다. 남편과 집안 어르신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던 길목에 있던 수목원을 들렀다. 몸은 피곤했지만 ‘카르페디엠, 현재를 즐겨라’를 떠올렸다. 깊어가는 가을빛이 아름다운 수목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진 출사로 두 번 들렀던 곳이다.


입구에는 예전과 같이 국화를 비롯한 가을꽃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발길을 신화의 공간이라 이름 붙여진 서양 정원 쪽으로 먼저 옮겼다. 두 번 가본 공간 외에 처음으로 체험 공간과 구석에 있는 모험의 공간을 가보았다.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을 것 같은 곳이었다.


수목원에서 내 마음을 가장 평안하게 하는 장소는, 연화원이라는 연못과 버들길이 흐드러진 오래된 파련정이라는 정자가 있는 동양 정원이다. 이 둘을 이어주는 나무로 만들어진 무심교를 건네는 것도 좋아한다. 동양 정원에는 막 단풍도 물들고 있었다. 전에 찾았던 때와 같이 이곳은 내 마음은 평온해지고, 눈 호강을 한다. 비움의 길, 느림의 정원, 깨달음의 정원을 거쳐 자유의 공간이 넓은 잔디밭도 걸었다.


입출입구 근처에 있는 찻집을 들어갔다. 나는 목 보호를 위해 생강차를, 남편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남편이 “(돌아가신)형님 덕분에 여유 있는 시간 갖게 됐네.”라고 한다. 차분한 동양의 정서와 깊어가는 가을빛이 일상의 행복감을 더해주었다. 멀리 단풍 구경 떠난 분이 갖게 한 우연한 쉼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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