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 엄마표 식혜 맛

by 최순자

중국에서 가장 큰 양수로 보는 9가 두 개 겹친 중양절, 음력 9월 9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어제는 집에서 하루 앞당겨 남편에게 생일상을 받았다. 우리 부부는 서로의 생일날 아침에 찰밥을 하고 미역국을 끓여 생일 당사자가 좋아하는 음식 한두 가지 더해서 생일상을 차린다. 올해는 손님이 온 덕분에 생선, 나물, 꼬막, 떡 등도 더해졌다.


내가 태어난 날은 우리 집 가을걷이를 마친 날이란다. 품앗이를 한 마을 분들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돌아간 뒤, 엄마는 설거지까지 끝내고 쉽게 나를 출산했단다. 태몽은 들에서 송아지가 뛰어들어 와서 엄마가 안는 꿈이었다고 한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 내 생일을 매번 챙겨준 사람은 엄마이다.


“코일라 때문에 어디 가지도 못하고 어떡하냐? 아야, 집으로 올래? 내가 미역국하고 잡채랑 식혜 좀 해놓을 테니 가져다 먹어라.”


‘코일라’는 ‘코로나’와 ‘큰일이다’를 합친 86세 노모가 만들어낸 신조어이다. 2주전 쯤 노모로부터 걸려온 전화이다. 오늘은 노모에게 가서 생일상을 받았다. 미역국과 잡채, 게장, 나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새로 만든 김치 등이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이제 몸에 기운이 없는 듯한 엄마도 당신이 반찬을 만들어 드신다. 음식 만드는 수고를 덜어드리고자 이번에는 엄마표 식혜만 가져왔다. 요즈음 많은 강의로 목이 조금 불편하다는 느낌인데, 엄마는 어찌 그것을 알았을까? 생강을 많이 넣어서 만든 식혜다.


집에 가져와 먹어본 식혜는 생강 향기가 오래도록 남는다. 잘 삭힌 쌀알은 입안에서 적당하게 머물다가 목으로 넘어간다. 약간 불편하다 느껴지는 목이 나을 것 같다. 달짝지근한 국물은 뒤끝이 좋다.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맛이다. 아껴서 먹으며, 엄마 마음을 더 오래 음미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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