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창 꽃피울 젊은 시절에 작고하신 그리운 어머니는 항상 위로와 긍정으로 나를 이끌어 주셨다. 나는 어머니의 위로와 긍정으로 가득한 마음 정원에서 그리움의 향기를 찾아내어 다양하고 독특한 색채로 꽃을 그리며, 자연의 오묘함을 아름다움으로 재창조하여 조화롭게 표현하고자 하였다.”- 정서윤 아티스트
어제 인사동 갤러리에 다녀왔다. 30년간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 은퇴 후 그림을 그리는 분 개인전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스토리텔링, 시간순으로 꽃, 나무 등 자연을 그렸다. 작가가 어머니 사랑을 담은 구절초 향기가 코끝에 남아 있다.
며칠 전 86세 노모를 찾았다. 최근 출간한 동화책 ‘별을 찾는 아이들’ 표지에 ‘어머니 감사합니다.’라고 써서 드렸다. 어머니는 “내가 어쩌다 너를 낳았을까?”라며 흐뭇해한다. 어머니는 후대에 “좋은 책을 남기고 가는 게, 가장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된다.”라고 하신 분이다. 책을 받아서 펼쳐보시더니 그림을 따라 그려보겠다고 하신다. 또 당신도 읽으시며 공부하시겠단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어머니와 죽음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 나도 사후 세계를 잘 모른다. 이 분야 공부를 많이 한 지인이 올려놓은 유튜브 내용을 전했다.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 처음에 무서운 상황을 맞이하더라도 기절해서는 안 되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또 좋은 일을 하셨으니 좋은 곳으로 가실 것이라고도 전했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가난한 살림에도 양식을 얻으러 오는 사람을 방으로 모셔 밥상을 차렸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봤다. 어머니는 “밥이라도 눈치 안 보게 먹게 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그분이 식사할 때 가만히 자루를 양식으로 채워두기도 했다.
나는 어머니를 존경한다. 어머니는 생각과 행동의 모범을 보여주셨다. 오로지 자식들을 위한 주신 사랑을 담아 지난해에는 어머니에게 드리는 단 한 권의 책 ‘이동임 여사님 평생 고생 많으셨습니다’를 선물로 드렸다. 주변에서 읽고 싶어 해서 ‘사랑은 안타까움이다’라는 에세이집으로 세상에 내놨다.
인간은 누구나 지구별을 여행하는 여행자이다. 언제가 자신의 별을 찾아 떠나갈 것이다. 소풍 온 이곳에서 여행을 잘하는 것이 그래도 남기고 갈 발자취이리라. 그림 작가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그림을 그리고, 내가 책으로 그 사랑을 기억하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그리움과 사랑으로 남는 삶을 생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