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2023). 보육실습을 다녀온 예비교사들의 바람.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3. 12. 18.
9월 초에 오리엔테이션을 한 보육실습 지도가 석 달 만인 12월 중순에 최종보고회를 마지막으로 과정을 마쳤다. 예비보육교사가 6주 동안 그동안 배운 것을 토대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서 실습한다. 원에 따라서 다르지만, 실습비는 내지 않기도 하지만 적게는 10만 원, 많게는 30만 원을 내고 배운다.
지도교수로서 현장 점검을 가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어린이집 간판을 배경으로 실습생, 지도교사, 지도교수가 사진을 인증 사진을 찍는다. 실습지는 서울, 수도권, 대전까지 분포하고 있다. 은퇴한 가족의 운전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다니다 보면 서울 교통의 복잡함과 주차의 어려움, 경기도의 넓음 등을 실감한다. 또 새로 생긴 아파트는 왜 이렇게 들어가기가 까다로운지? 다니면서 서울 인왕산의 바위를 보며, 파주 율곡 습지 코스모스를 보며 위안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위안은 실습생들이 잘하고 있고, 자격증 나오면 바로 채용하겠다는 원장의 얘기를 들을 때이다.
최종보고회 때 실습에 대한 전반적 소감, 특별히 기억나는 아이, 보육 현장에 바라는 점과 개선점을 발표하게 했다. 전반적 소감으로는 힘들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보육 현장의 실상을 접할 수 있어 배움이 되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이 섰다 등이다. 특별히 기억나는 아이들은 산만한 아이, 편식하는 아이, 자폐 경계에 있는 아이들, 다른 아이를 물거나 할퀴는 아이, 말을 잘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보고가 많았다.
보육 현장 바람으로는 보육교사 처우 개선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일에 비해 급여가 너무 적다.” “밥 먹을 시간이 없다. 빨리 먹기 위해 물을 말아 마셨다.” “아파도 쉬지 못하고 병원 갈 시간도 없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 “휴식 시간뿐 아니라, 커피 한 잔 제대로 마실 시간이 없다.” “반찬을 싸서 가지고 다녔다.” “교재 교구도 사비로 사는 경우가 있었다.” “화단의 고양이, 개똥까지 치워야 했다.” “서류 업무가 너무 많다. 평가인증 준비는 하는 원에는 가지 말라고 하더라.” “교사 한 명이 돌봐야 하는 아이들 수가 너무 많았다.” “사명감 없이 못 하겠더라.”
생생한 보육 현장과 보육교사 처우를 바라는 내용이다. 간혹 교사가 아이들을 엄격하게 대하더라, 교사가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으면 그 피해가 아이에게 가더라, 아이를 ‘~한 아이’라고 단정하더라 등의 얘기도 있었다. 물론 모든 어린이집과 교사가 위의 보고와 같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보육료 현실화, 교사 대 원아 비율 낮추기, 팀으로 교사 배정 등의 효율적 운영, 서류의 간편화, 사무 인력 보조 등이 가능하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더 넓게는 보육교사 양성 과정의 개선, 육아휴직 제도 정착화를 통한 가정과의 연계로 부모의 원 운영 참여 현실화 등도 필요하다.
가정과의 연계는 예를 들면, 내가 도쿄에서 유학 시 견학 갔던 원에서는 부모회가 잘 운영되었다. 한 교실을 별도로 부모 모임용으로 사용한다. 부모는 교구 만들기, 청소하기, 보조교사 활동 등을 한다.
‘보육과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라는 명제가 있다. 보육교사가 처한 상황도 보육의 질에 영향을 주므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또 교사도 한 인격체로 존중받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함도 마땅하다. 이러한 문제 개선은 원 설립자나 원장의 노력으로만 개선하기는 어렵다. 정부 차원의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