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산 최순자(2024). 숨소리조차 듣고자 하는 앵커의 이유 있는 자신감.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3. 9(토).
“저는 방송할 때 이어폰 볼륨을 최대치로 올려요. 제 목소리와 숨소리조차 듣고 싶어서요.”
CBS 김현정 앵커가 배우 김승우 인터뷰에 응하며 한 말이다. 오전 강의가 있어 나가는 날이면 차 안에서 늘 7시 20분부터 9시까지 그가 진행하는 ‘김현정의 뉴스쇼’를 들었다. ‘어쩜 이리 명쾌하고 자신감이 넘칠까’라는 생각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그가 밝힌 일과는 고 3보다 더하다.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4시 30분에서 5시 사이에 방송국에 도착한다. 현관에 쌓인 각종 신문을 들고 와 펼쳐놓고 샅샅이 살핀다. 전날 준비한 원고도 한 번 더 본다. 이렇게 준비해도 방송할 때는 줄에서 떨어지면 안 되는 곡예사가 된다.
방송 후 제작진들과 다음 인터뷰 준비로 분주하다. 점심 먹기 전 30분의 낮잠은 달콤하다. 이전에는 밤늦게까지 방송국에서 인터뷰 준비를 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 경험 후에는 집에서 온라인 회의 등을 하며 준비한다. 거기다 엄마, 주부, 아내의 역할도 한다. 밤 10시 30분에서 11시 사이 잠자리에 든다. 온전히 자지 못하고 자다 깨다 하며 뉴스를 확인한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부터 방송 진행자를 꿈꿨다. 시사 진행이 힘들어 1년 정도 음악 프로그램을 맡았다. 그때 콩나물, 학생들의 단체 편지를 받고 애청자의 사랑을 배신할 수 없어 다시 돌아왔다. 17년째 1만 3천여 명을 인터뷰했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 때는 “하고 싶은 꿈을 이뤘는데, 힘들다고 하면 안 되지.”라며 스스로를 일으킨다.
인터뷰 대상자가 응하지 않을 때는 절박함과 기다림으로 다가선다. 한 번은 모 정치가를 섭외하기 위해, 기자로 둘러싸인 그를 지켜보다 택시에 올라타자 같이 탔다. “알았어요. 해줄게요.”라는 허락을 받고 내렸다. 또 ‘한마디 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 때까지’ 1주, 한 달도 마다하지 않고 전화로 문안한다.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공을 들인 방송으로 사회 제도를 바꿀 때도 있었음은 보람이요, 의미이지 않을 수 없다.
인지도가 있는 정치가에게도 파고들며 인터뷰하는 그를 보고, ‘정치 쪽에서 부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는 “정치는 안 한다. 소는 누가 키우나?” “국민, 청취자만 보고 가겠다.”라고 한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닮을까 봐 일부러 선배 프로를 보지 않았다’던 그. 86세까지 인터뷰했던 바바라 월터스처럼 하고 싶다는 그. 무엇보다 목과 귀를 잘 관리하길 바란다.
그가 모교 졸업 축사에서 후배들에게 “선택한 일은 최선을 다하고 즐겨라. 내공이 된다. 기회가 올 때 잡아라. 단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옴을 알라.”고 했던 말도 되새겨 본다.
7년 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CBS 뉴스 부활 30주년 감사 콘서트'에 음유시인 가객 정태춘 선생 노래를 듣고 싶어서 갔다. 선생이 부른 '북한강에서' '떠나가는 배'는 전율하게 했다. 양희은의 빛나는 눈동자와 ‘상록수’, 안치환의 따스함과 ‘바람의 영혼’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공연 후 팬들에게 둘러싸인 그를 먼발치에서 바라봤다. 사람이 많아 다가서지 못하고, “김현정, 김현정” 이름만 애타게 불렀다. 직접 만나 눈빛을 나누고 손을 잡아 보고 싶다.
* 김현정 사진 출처: 김승우 WIN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