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의 남도여행
경칩 절기였던 지난 3월 중순에 3박 4일 일정으로 남도에 다녀왔다. 캐나다 토론토로 하고 싶은 공부(NGO, 인권)하러 떠난 가족이 출국 전 남녘에 다녀오고 싶다해서 동행했다. 산수유, 매화 개화 시기에 맞춰 구례, 순천, 여수, 보성, 장흥에 다녀왔다. 구례 산수유마을, 화엄사 화엄매, 천은사, 지리산 중턱 시암재, 섬진강대숲길, 오일장에서 빵과 차를 마셨다. 순천 선암사 선암매, 탐매마을, 복음교회매화동산에서 꽃구경, 여수 향일암을 둘러보고 보성 벌교에서 꼬막 정식을 먹고, 장흥 시누이댁에서 대나무 베기, 나물캐기 일정을 가졌다.
여행 첫날 새벽 일찍 출발, 5시간 정도 갔더니 구례 산수유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주말에다 축제 기간이기도 해 ‘영원불멸의 사랑’ 꽃말을 지닌 산수유 꽃동산을 몇 킬로 앞두고 상춘객을 태운 차들이 꼼짝하지 않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오기로 하고 운전대를 돌렸는데, 작은 도로 옆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팔고 있다. 차를 세우고 들어갔다. 순박해 보이는 부부가 다정스레 맞는다. 맛을 보라며 싱싱한 향기 나는 딸기를 내민다. 우리가 이틀 동안 숙소에서 먹을 것과 장흥 시누이네 드릴 요량으로 두 박스를 샀다. 3만 원을 건네며 거스름돈 4천 원 대신 차에서 먹을 수 있게 조금만 달라고 했더니, 웃는 얼굴로“이것도 만 원에 파는데, 먼 데서 오셨으니 드릴게요.”라고 한다. 시골 인심이 정체로 되돌아가는 여행객 마음을 위로해 줬다.
이번 여행에서 새롭게 알게 된 게 세 가지이다. 첫째, 구례에 산수유만 많은 줄 알았더니 온통 벚나무 천지라는 사실이다. 벚꽃 피는 계절 구례는 온통 벚꽃으로 취할 것 같다. 둘째는 순천에 매화가 지천이라는 점이다. 특히 순천복음교회 매화동산은 봄이면 매화를 찾아 탐매를 하는 나에게 국내 제일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셋째는 대나무 향기가 정신을 맑게 한다는 것이다. 공명재에서 사군자의 하나인 대나무를 심고 싶으나 추운 지방이라 재배가 어렵다고 해서 텃밭에 대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위로를 삼고자 한다. 여행 마지막 날 시누이댁에서 하룻밤을 묵고, 대나무를 베어 자동차 뒷좌석과 트렁크에 가득 실었다. 남도 끝에서 먼 북쪽까지 오는데 졸릴 만도 한데,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다. 차 안에는 대나무 향기가 가득했다. 분명 대나무에서 나온 향기 덕분이라는 생각이다. 가족과 “수험생을 위해 대나무로 뭔가 만들어 사업해도 되겠네.”라며 웃었다.
여행은 역시 사람과의 만남이 제일이다. 구례 오일장에서 찻집을 하며 빵을 파는 부부를 만나 담소를 나눴다. 구 한옥 부엌 문짝으로 빵을 놓는 책상으로 쓰고 있는 분들이었다. 고향을 떠나 구례에 정착하게 된 이야기, 젊은 귀농인들과의 생활, 책방에서 만났다는 작가들의 얘기 등은 흥미진진했다. 다음날 내 고향 6시 촬영도 있다고 했다. 뇌출혈로 재활 중이라 손 사용이 어렵다는 바깥어른의 신발 끈을 묶어 드리며 쾌유를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