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세월 서로에게 별이 되어주도록 하세>
지난 5월 11일~12일 1박 2일로
초등 동창들과 청주, 공주를 다녀오다.
귀경 전에 임실 친구네도 들르다.
총무 부탁으로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읽어주다.
친구들 회갑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집에 있던 주류 중,
지난해(토끼띠)는 양주, 올해(용띠)는 고량주를 들고 갔다.
유쾌하고 밝은 친구들이 좋다.
원 없이 깔깔거리며 신나게 웃는 날이다.
<남은 세월 서로에게 별이 되어주도록 하세>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문정희 시인의 ‘응’이라는 시 일부일세.
나는 이 뜨거운 대답을 자네들에게 했다네.
동창회 3일 전 총무로부터
“우리끼리 깜짝 이벤트로 친구들에게 전할 찐한 편지글 부탁해도 될까?
먹고 노는 것도 좋은데, 좀 더 추억을 남길 수 있을까 해서”라고 문자가 왔네.
그 생각이 하도 기특하고 고마워서 바로 ‘응’이라고 했네.
글을 쓴다는 것은 대상을 사랑할 때 가능하다네.
우린 60여 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배움의 동창으로 제일 먼저 만나 가장 오랫동안 만나오고 있네.
그것만으로 더 말이 필요 없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하네.
거기다, 교문을 들어서면 맞아주던 향나무
교정 뒤쪽에 수도승처럼 말없이 서서 우리를 품어주던 커다란 플라타너스
보리 베기, 잔디씨 채집, 포도밭 매기 등 공통의 추억거리도 있는 우리이지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꽃' 中)
라는 시처럼 자네들이 꽃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모두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네.
* (한 명씩 이름을 부르고 친구의 이미지나 추억 언급)
......
키 큰 00 친구,
목포 여행 때 속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네.
정 많은 00 친구,
춘설이 내리던 날 추어탕 추억 안고 있네.
열정 많은 00 친구,
자네 신혼집, 인사동 아귀찜 추억이 아련하네.
......
사랑하는 친구들이여!
자식으로, 한 가정의 부모와 아내, 남편으로
또 한 사람으로 살아온 인생은
누구나 소설 한 권씩의 삶이었으리라 보네.
여생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자유롭게 살면서
몸 건강하고 마음 평안하길 바라네.
아쉽게 이번에 얼굴 보지 못한 친구도.
울지 마라/ 바람 부는 날도/ 별이 떠 있으면/ 슬픔도 향기롭다
(문정희, 별 키우기 中)
우리, 남은 세월 서로에게 별이 되어주도록 하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