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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순자 Jul 12. 2024

배짱 있는 아이가 믿는 세상이 되길

雲山 최순자(2024). 배짱 있는 아이가 믿는 세상이 되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7. 12.


마트에서 나오다 초등학교 4학년 정도 남학생을 만났다. 아이는 갑자기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문 옆에 던지다시피 놓고 들어간다. 5분 정도 지나 빙과류를 입에 물고 나왔다. 학교에 갔다 오는 길인지, 학원에 갔다 오는 길인지는 모르겠으나,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던 듯하다. 더워서 시원한 먹거리를 사러 왔던 모양이다. 


아이가 가방을 놓고 물건을 사러 간 것은 가방 안에 대수롭지 않은 것이 들어 있어서였을까. 그러더라도 혹시 가방을 누군가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다. 사람, 세상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한국과 일본 부모의 양육태도와 아이들 사회도덕성’에 관한 박사 논문 집필 시, 일본 부모에게 들은 얘기다. 아이에게 위생상 가방은 바닥에 놓지 않도록 교육한다는 부모가 있었다. 만났던 아이가 이런 위생적인 면도 알고 있으면 좋겠지만, 갖고 있는 사람,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고 자랐으면 좋겠다. 거기다 지금처럼 주눅 들지 말고 배짱 있는 아이로 커가길 바란다. 


아이를 보면서 연암 박지원의 「답창애(答蒼厓)」 3에 나오는 얘기가 떠올랐다. “마을의 어린애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다가 읽기 싫어하기에 꾸짖었더니 그 애가 말합디다. '하늘은 푸르디푸른데 하늘 천(天) 자는 푸르지 않아요. 그래서 읽기 싫어요.' 이 아이의 총명함이 창힐을 굶어죽이겠소.”


아이의 생각은 얼마나 자유롭고 통쾌한가. 이런 아이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 창힐: 중국 고대 성인, 문자를 만들었다는 전설 속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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