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山 최순자(2024). 사랑이 살린다.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7. 14.
마을에 주말이나 종종 다녀가는 사람들의 거처도 있다. 경치가 좋은 곳이다 보니 쉬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주말마다 와서 텃밭 농사를 짓던 분이 직장이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었다며, 텃밭은 일구지 못하고 주변 정리만 하러 어쩌다 한 번씩 왔다. 일을 마치고 가려고 하길래 “얼마 안 되지만, 식구들하고 한 번 정도 쪄서 드세요. 저도 조금밖에 하지 않아서요.”라고 텃밭에서 기른 감자를 건넸다.
그분은 “저번에도 뭐 주셨는데.”라며 기쁘게 받아 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집에 와서 차를 마신 기억은 있는데, 내가 준 적은 없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생각하니 고구마를 준 적이 있는 것 같다. 또 그 가족들이 왔을 때 뭔가 먹거리를 전한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아마 대수롭지 않은 것을 줘서 준 기억이 잘 나지 않을지 모른다. 어쨌든 준 기억을 못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다. ‘받은 고마움을 생각하고, 준 것은 잊어버리자.’라는 생각을 설핏하며 돌아섰다. 인간관계에서 서운해하는 것 중 하나는 ‘내가 어떻게 해줬는데,’일지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하고, 잊어버리면 상대에게 서운한 감정이 없으리라 본다.
독일의 문학가요, 법률가요, 바이마르 재상으로 잘 알려진 괴테는 83세의 일기로 세상을 뜨기 2년 전 “사랑이 살린다.”라는 문구를 썼다. 노년의 지혜가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사람을 실족으로부터 물러서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랑이다.”라면서 “바르게 행하려는 자 늘 기꺼이 뜻에 가슴에 진정한 사랑을 품어라.”라고 했다. 괴테 연구가 전영애 교수는 “사랑은 인간이 생각한 최고의 것에 갖다 붙인 이름이에요.”라고 한다. 그러면서 괴테의 ‘삶과 일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한다.
교육자, 연구자로 30여 년을 살아왔다. ‘사랑이 이긴다’라는 생각으로, 내 뜻에 가슴에 사랑을 품고 왔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괴테의 사랑에 비한다면?’이라는 생각을 해 볼 때 더 갈 길이 있다는 생각이다. 그가 한 말 “그대 일에 있어서 다만 바른 일만 행하라. 다른 건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격언을 염두하고, 끊임없이 갈 길을 가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