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山 최순자(2024). 머물렀던 자리를 문학관이 지켜준다니 다행.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7. 28.
장마 중 친지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대개 조문은 저녁 시간 때 갔었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 왕복 네 시간 빗길 운전이 걱정되어 낮에 조문하러 갔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가까운 친지들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조문을 마치고 가까이에 신혼 초 5년간 살았던 마을이 바로 옆이어서 가 보았다. 기자들에게 제공한 꽃동산 같은 북한산 중턱에 있던 마을이었다. 봄이면 집마다 개나리, 목련, 복숭아꽃 등이 만발했다. 우리는 기자는 아니었지만, 두 사람 출퇴근을 고려해 세 들어 살았던 곳이다. 살던 중, 마을을 포함해 인근을 새로운 타운으로 개발한다고 이사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그 발표가 있는지도 모르고 들어갔고, 발표 뒤라 이사 비용이나 어떤 보상도 없다고 했다. 물론 그런 것을 바라고 갔던 것이 아니기에 관계없었다. 다만 바라만 봐도 가슴 설레게 하는 북한산에 자주 오르지 못하고, 가까이서 볼 수 없게 된 게 아쉬웠다.
부부가 성가대로 활동했던 교회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남은 건물이다. 나머지는 모두 사라지고 옛터만 남아 있다. 우리가 살았던 집 자리에 건물을 세우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안내판을 보니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건축공사를 하고 있었다.
안내 표지를 보는 순간 머릿속이 환해지고 기쁨이 밀려왔다. 내가 살았던 곳에 문학관이 세워진다니. 거의 매일 올랐던 북한산 자락도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반기고 있었다. 영혼의 세계가 내가 머물렀던 자리를 지켜준다니 다행이다. 시절 인연에 의미 부여하고 세상 떠나는 날까지 글쓰기를 이어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