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山 최순자(2024). 우체국 집배원 오토바이에 실린 장화를 보고.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8. 5.
길게 느껴진 올 장마였다. 학생들 보육실습 기간이 있어 장마 중에도 현장 지도를 다녔다. H시에서 본 광경이다. 도로를 달리는 우체국 집배원 오토바이 짐 싣는 곳에 장화도 밧줄로 묶여 있었다. 이 장면이 왠지 낭만적이면서도 짠한 마음이 들었다. 집배원은 편지, 등기, 택배 등 우편물 배달을 다니다가 물이 많은 곳을 만나면 신을 요량일 테다. 짐처럼 실린 장화는 많은 비가 와도 해야만 하는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 가장으로서의 무게로 보였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한다. 때로는 피하고 싶은 일도 있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학창시절 아르바이트가 그랬다. 원 없이 공부만 하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여행도 다니고, 연애도 하고 싶었다. 허나 고학생이던 처지는 그런 것들은 사치였다. 물론 이런 것들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아르바이트로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었다.
소위 Z 세대라 하는 20대 학생들을 강단에서 만난다. 이들에게 ‘꼰대라 생각하지 말라.’면서 내 경험을 들어 말한다.
“아르바이트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20대 젊음은 특권의 시대다. 가장 솔직한 자기 내면과 만나 순수하게 고민할 때다. 대학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현실 때문에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허둥지둥 소시민으로 살아가게 된다.”
“부모님께 도움받을 수 있을 만큼 받아라. 부모님이 경제적 여유가 없다면, 부모님 원망하지 말고 융자라도 얻어라. 그 돈으로 원 없이 여행 다니고, 책 읽고, 연애도 해라. 졸업하고 사회생활 하면서 그 돈은 갚아라. 지금은 생각을 키우고 경험을 쌓을 때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신중하게 듣기는 한다.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으리라. 그러다 보면 학교 강의 후,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하고 피곤함이 묻어 있는 모습을 보이는 학생도 만난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말에는 아르바이트하는 경우가 많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내 생각은 청춘의 특권을 누렸으면 한다.
내 주거래은행은 K 은행이다. 40여 년 바꾸지 않은 이유가 있다. 대학 때 그 은행이 대학생들에게 저리로 융자해 준 제도가 있어 이용했다. 졸업하고 갚아나갔다. 힘들 때 저리로 빌려준 게 고마웠다. 이처럼 대학생, 젊은 청춘에게 저리, 아니면 무이자로 빌려주는 곳이 있었으면 한다. 비슷한 생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들도 있기는 한 듯하다. 이런 기관이 더 늘었으면 한다. 장학금으로 주면 더 좋겠지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여건이 된다면 내가 언제가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