雲山 최순자(2024). 책임감과 완고함 사이, 노력이 빛나게.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8. 6.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보육실습을 하는 예비교사 지도를 위해서는 직접 현장을 방문한다. 방문 전에 원 사정이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니 시간을 조율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지도하는 일정에 따라 내 쪽에서 시간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주로 원장과 통화한다. 또 방문해서 원장이 자리에 있으면 인사를 나눈다. 이때 원장에 따라 태도가 다르다.
시설평가나 수업평가가 아닌 실습생 지도이기에 원장과는 “어려운 시기 실습생을 맡아 지도해 줌에 대한 감사와 잘 부탁한다.”는 정도의 인사를 나누고, 주로 지도교사와 실습생과 얘기를 나눈다. 그러니 원장이 외부에서 일이 있으면 부재한 경우도 있다. 원장은 지자체, 연합회 등에서 개최하는 행사나 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일이 있을 수 있기에 부재하더라도 충분히 이해한다. 원에 있더라도 실습지도의 의미를 알기에 자신은 자리를 피하고, 얘기 나누도록 한다.
서울에 있는 어느 원에 방문 전 원장과 통화했다. 내가 일정을 먼저 제시했다. 그랬더니 “제가 없을 때 오시면 안 돼요. 00 요일에 와 주세요.”라고 했다. “권역별 지도라 그 시간이면 좋겠다. 원장님이 계시면 더 좋겠지만, 안 계셔도 괜찮으니 양해를 부탁한다.”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원장이 방문을 요청한 날은 내가 일정이 안돼서, 결국 내가 제시한 대로 지도를 나가는 걸로 전화를 마쳤다. 지도를 갔던 날 그 시간은 안된다던 원장이 자리에 있었다.
사실 지도는 연락 없이 불시에 나가도록 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에 맞지 않기에 서로 방문 일정을 조율한다. 이 점을 이해한다면, 원 측에서도 어느 정도 융통성 있게 대응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신이 없을 때 그 누구도 원 방문은 안된다는 원장을 책임감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할지, 완고함으로 봐야 할지? 내가 평소에 그 원장을 알고 있다면 어느 쪽인지 어느 정도 알겠지만, 한 가지 사례만 가지고는 알 수 없다. 안된다는 시간에 자리에 있는 것을 보면, 피치 못할 사정은 아니었던 것 같기는 하다.
혹시 나는 어떤 사람일까. 책임감과 어떤 원칙에 의한 완고함은 갖고 있지 않을까. 그 완고함이 혹여 상대에게 불편을 주고 있지는 않을지? 사회연구자 최성용은 ‘태도로서의 마음’이라는 글에서 “처음부터 훌륭한 인간이 아니기에 좋은 인간이 되려는 노력이 빛난다(경향신문, 2024. 8. 6).”라고 했다. ‘노력이 빛나도록 해야겠다.’라고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