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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뀐 놈이 성낸다

by 최순자

부모교육&교사교육 전문가 雲山 최순자. 방귀 뀐 놈이 성낸다.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5. 1. 5.


문뜩 포털 검색어에 속담 ‘방귀 뀐’까지 썼더니, ‘방귀 뀐 놈이 성낸다.’ ‘방귀 뀐 며느리가 성낸다.’ ‘방귀 뀐 사람이 성낸다.’가 눈에 띈다. 이어 ‘토끼 제 방귀에 놀란다.’ ‘적반하장’ 등의 관련 내용도 나온다. 속담에서 ‘방귀’는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에는 ‘방귀 뀐 며느리’라는 민담도 실려 있었다. 제주시 이호동에 전해오는 민담이었다. 시집온 며느리가 야위어 갔다. 시아버지가 사돈댁에 갔다. 며느리 상황을 전하자, 사돈어른이 “우리 아이는 방귀 뀌는 버릇이 있었습니다만.”라고 한다. 며느리는 시집온 뒤로 한 번도 방귀를 뀌지 않았다. 집에 돌아온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방귀 뀌고 싶거든 마음대로 뀌어라.”라고 했더니, 며느리 방귀 소리가 천둥소리와 같았다. 이후에는 며느리 얼굴에 살이 올랐다는 이야기다.

방귀 뀐 사람이 왜 화를 내는 것일까?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일종의 방어기제로 본다. 방어기제란 불안, 수치심 등을 느낄 때 그걸 드러내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안을 갖고 있다고 봤다. 반면에 수치심은 자존감과 연결해서 본다. 자존감이 낮을 때 수치심을 갖는다.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공격적 행동으로 화를 낸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불편함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화를 내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와 같이 방귀 뀐 사람이 화를 내는 이유는 자기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수치심을 느낄 때, 주변에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사회적 신호로 본다. 그래도 그 도가 지나칠 때는 상대가 상처받고 힘들 수 있음도 알아야 하는데, 본인이 완고하게 부정할 때는 받아들이게 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지난해(2024) 12.3 계엄 선포 이후 한국 정치 상황과 주변에서도 같은 장면을 보기도 한다. ‘방귀가 잦으면 똥 싼다.’라는 속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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