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해 품은 사자성어, 구동존이(求同存異)

by 최순자

부모교육&교사교육 전문가 雲山 최순자. 인생만사 답사기에서 찾은 구동존이(求同存異).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공명재학당. 2025. 1. 9.


미술평론가이자 전 문화재청장 유홍준 책을 처음 접한 지는 30년 전이다. 동경 유학 시 만나 잘 어울려 지내던 한국 선배 언니가 생일 선물로 건네줬다. 남도에서 시작하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첫 번째 권으로, 답사는 내 고향 영암 월출산에서 시작했다.


그때 읽은 내용 중, 강의할 때 도입부에 자주 사용하는 문구가 있다. “아는 만큼 느끼고, 느끼는 만큼 사랑하게 된다. 그때 사랑은 이전과 다르다.”이다. 예를 들어 제주도에 간다고 치자. 제주에서 놓쳐서는 안 될 볼거리는 ‘오름’을 든다. ‘오름’은 기생화산으로 주분화구가 분출을 끝낸 뒤 생긴 분화구(굼부리)이다. 가장 대표적인 ‘오름’으로는 30여분 오르면 멋진 장관을 볼 수 있는 ‘다랑쉬오름’으로 본다. 이 ‘오름’에는 제주 4.3 때 목숨을 잃은 넋들이 잠들었던 곳이다. 이 사실을 알고 오르는 것과 모르고 오르는 소회는 전혀 다를 것이다.

최근 그가 쓴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를 읽었다. 누군가가 그의 자서전과 같다고 했듯이 개인사도 적고 있다. 내가 여생을 위해 멋진 산세에 반해 둥지를 튼 포천이 그의 외가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리영희, 신영복, 김지하, 김민기, 유인태 등과 가깝게 지낸 일화도 담고 있다. 그가 교류한 사람들은 이름을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 많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도 그만큼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각자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


그는 자신을 글 쓰는 문사로 정체성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 글쓰기에 대한 조언도 조곤조곤 들려준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요약하면 이렇다. 제목에 주제가 들어가야 하고, 제목을 먼저 정하고 글을 쓰라. 독자를 상정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쓰라. 가르치기가 아닌 호소하기, 기승전결의 구성을 갖추되 승이 중요하다. 유도동기와 에피소드를 넣고 이미지를 차용하고, 유머와 은유를 사용하고, 비판은 문학적 수사를 활용하라. 인용으로 내용을 보강하고 구어체를 사용하라. 접속사는 절제하되, ‘의’를 활용하여 문장을 간결하게 하라. 대중성과 전문성 조화시켜라.


무엇보다 그의 인생만사 답사기에서 건진 사자성어가 있다. 구동존이(求同存異)이다. 이는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 아시아 아프리카 회의에서 저우언라이(주은래)가 한 말이라고 한다. “같은 것은 구하고(연대) 다른 것은 남긴다.”라는 뜻이다. 을사년 새해 이 사자성어를 품는다.


캡처.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날 하루하루를 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