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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앞둔 최종 강의를 듣고

by 최순자


부모교육 & 교사교육 전문가 雲山 최순자. 정년을 앞둔 최종 강의를 듣고.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공명재학당). 2025. 2. 24.


“은퇴 후 연구, 교육, 실천에 관한 생각입니다. 연구는 쭉 해왔던 아동 언어발달에 관한 연구와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아동의 언어발달 지원을 해갈 것입니다. 교육은 특임교수로 3년 동안 수업, 졸업논문 지도, 교직 대학원 연구 지도를 할 것입니다. 실천은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아동 발달상담과 교육상담을 봉사로 할 것입니다.” “관리직은 맡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연구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년을 앞둔 오사카교육대 교수의 최종 강의에서 내용이다. 비대면으로 참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들었다. 2024년 8월 국제연구 차 서울에 왔을 때 미리 축하해 주기는 했다. 은퇴 후에도 연구하겠다, 연구를 위해 보직은 맡지 않겠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종종 학생들을 집에 불러 게임도 하며 즐깁니다. 그중 이미 교장이 된 제자도 있습니다.”라는 얘기에서는 ‘선생으로 보람을 많이 갖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이 교수와는 약 25년 동안 문화, 발달, 교육심리학 관점에서 국제공동연구를 함께하고 있다. 2023년부터 2026년까지는 상호문화 이해를 위한 교류를 통한 교재 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 대상은 대학생이다.

2002년부터는 8년 프로젝트(일본과학연구기금)로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연구자들과 함께 했다. 한국은 내가 맡았다. 대상은 아동, 청소년이었다. 용돈을 매개로 친구 관계, 부모-자녀 관계, 선악 판단 등에 관한 연구였다. 매년 서울, 제주, 동경, 북경, 상하이, 하노이 등에서 만나 가정방문을 통한 조사와 세미나를 했다.

2009년 2월에 동경에서 세미나 후, 같은 해 12월에 서울(포천)에서 만나 5일 일정으로 대학 기숙사에 머물며 연구한 적도 있다. 주관하는 입장에서 식사에 신경 썼던 기억이 있다. 굴밥, 쌈밥, 설렁탕, 삼계탕, 순두부, 칼국수, 불고기 등 매번 다른 음식으로 한국의 맛을 보게 했다. 또 노래방이 성행하던 때라서 마무리 전날 밤 여흥의 시간을 갖고 마지막에 손을 잡고 아리랑을 불렀던 장면도 스친다. 2010년에 동경이과대학 게스트하우스에서 8일간 머물며 함께 했던 시간도 떠오른다.


연구자 중 “노벨상을 목표로 하자.”는 의욕을 보이기도 했었다. 노벨상은 아니었더라도 연구 결과는 여러 편의 논문과 일본(2016, 동경대출판부), 미국(2020)에서 <아동과 용돈의 문화발달심리학> 책으로 출간했다. 한 주제를 오랫동안 묵묵히 연구하는 일본학자들의 태도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내 석사, 박사 연구 주제는 ‘아동의 사회성, 도덕성 발달과 부모의 양육태도 관련’이다. 나 역시 은퇴 강연을 했기에 연구는 덜 하겠지만 교육, 실천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만 보면서 살 수 없으니, 아름답게 보는 재주가 있다면 좋겠다.”(이기주, 그리다가 뭉클)의 재주를 갖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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