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눈은 누가 쓸었을까?>
부모&교사교육 전문가 雲山 최순자.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공명재학당). 2025.3.3.
‘강원도 50cm 폭설’ ‘산간, 해안도로 통제’ ‘폭설로 비행기 결항’ 등의 뉴스가 눈에 띈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라는 우수가 지나고, ‘개구리가 깨어난다.’라는 3월 초의 경칩 절기다. 만물이 기지개를 켜는 봄을 시샘이라도 하는 건가?
강원도 가까운 경기도에 사는 나도 본 중에서 가장 많은 눈이 온 듯하다. 10cm 정도 되려나 하고 자로 재보니 16cm나 됐다. 마당과 골목이 있는 곳인지라, 눈높이 때문에 빗자루 대신 미는 도구를 챙겨 밀었다. 다행히 큰 골목은 행정기관에서 먼저 밀어놨다.
어렸을 때도 눈이 많이 내렸다. 문득 ‘그 많은 눈은 누가 쓸었지?’라는 생각이 든다. 농촌이다 보니 마당도 꽤 넓었고 동네 골목도 있었다. 내가 눈을 쓸었던 기억은 없다. 대나무 가지로 만든 빗자루로 ‘싹 싹’하며 눈을 쓸던 소리만은 귓가에 맴돈다. 아버지였을까? 엄마였을까? 오빠들이었을까? 아마 아버지였을 것 같다. 엄마는 부엌에서 아침밥을 지었을 테고, 오빠들은 잠자리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다.
밤늦도록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옛 노래를 들었던 아버지는 한숨 자고 나서, 새벽에 일찍 깨어나 소여물을 쑤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빗자루를 들었을 테다. 먼저 토방을 쓸고, 대문까지 가족들이 걸어 나갈 길을 만들어 놓았을 테다. 마지막에는 동네 골목도 쓸었을 테고.
빗자루가 아닌 밀개로 미는데도 허리가 약간 아프고 힘이 드는데, 그 많은 눈을 빗자루로 쓸었을 하늘의 별인 되신 아버지의 수고로움이 생각난다. 신경외과 박광우 전문의가 쓴 <죽음 공부>라는 책을 읽었다. 내용 중 ‘멕시코의 죽은 자의 날’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은 산 자들이 죽은 자를 기억해야 죽은 자의 사후가 있다고 본단다.
눈을 쓸다가 아버지 생각이 난 게 다행이다. “아버지, 그곳에도 눈이 내렸나요? 아버지가 걸을 길은 제가 쓸어 놓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