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떠나라, 충분히 잘할 수 있어요!

by 최순자

충분히 잘할 수 있어요! 雲山 최순자 교수의 <아픈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 공명재학당(사람·자연과共鳴). 2025. 3. 11.


“2년이나 휴학해서 남보다 뒤 쳐졌다는 생각이 들고 잘할 수 있을지 걱정돼요. 앞으로 열심히 하고 싶어요.”(유아교육과 2학년)


휴학 기간이 1년도 아니고 2년이라서 더 걱정스러울 것 같기는 해요. 복학하기 전 많이 고민했을 테고 두려움도 있었으리라 봐요. 무엇보다 “충분히 잘할 수 있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자신이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잖아요?

인간 발달단계를 8단계로 나눈 정신분석학자 에릭 에릭슨이 있어요.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약했죠. 그의 아버지는 의사, 엄마는 간호사였어요. 두 분은 아들이 의대를 갔으면 했어요. 에릭슨은 화가가 되고 싶었답니다. 부모와 진로가 맞지 않아 배낭 하나 메고 유럽을 돌아다니죠.


에릭슨은 방랑하면서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했을까요? 자신에 대해 지금의 님처럼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 경험이 ‘자아 발달’에 관심을 두게 했고, 건강한 자아발달을 위해 시기별로 해야 할 발달과업을 제시하는 인간발달 이론을 만들지요. 또 스스로 고뇌하는 시기를 보낸 그는 인간이 건강하게 발달하기 위해서는 ‘유예기간’, 즉 님처럼 휴학 등으로 뒤로 미루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저는 한 번도 아니고 몇 차례 유예기간을 가졌답니다. 대학 입학은 가정 형편상 고학으로 입시를 준비하면서 남들보다 1년 늦게 입학했어요. 대학 2학년을 마치고는 휴학했고요. 두 가지 이유였죠. 그때는 군사정권 시대로 역사의 격동기였어요.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눈에 보여 고뇌하며 학교를 쉬었지요. 다른 이유는 여전히 제 발목을 잡고 있던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었답니다. 이후 유학도 늦은 나이에 떠났고 박사학위도 남보다 늦은 나이에 받았지요.


그래도 제 가슴에는 늘 꿈이 있었답니다. “인간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영유아기부터 잘 자라도록 해, 그들이 만든 세상에서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라는 신념이에요. 동경 유학 때 대학원 지도교수님이 이런 저를 보고 “자네는 신념이 강해서 대기만성해서 큰 인물이 될걸세.”라고 하시더군요. 하하, 아직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제 신념이 힘든 상황에서도 지치지 않게 해주고 있어요.

자신의 꿈도 좋고, 가족, 사회를 향한 바람도 좋으니, 가슴에 어떤 뜻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 뜻이 님을 인도해 줄 것이라 믿어요. 힘내요!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고은의 시, 낯 선 곳 중에서)


낯선곳.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매듭짓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