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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짓기

by 최순자

매듭짓기. 雲山 최순자 교수의 <아픈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 공명재학당(사람·자연과共鳴). 2025. 3. 11.

“졸업해도 이쪽으로 취업하진 않을 것 같은데, 계속 학교 다니는 게 맞을까요? 학교를 열심히 다녀야겠다는 의지가 생기지 않아요.”(유아교육과 3학년)


저라도 내가 갈 길이 아니다 싶으면 고민되고 뭔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기 쉽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2년을 다니고 이제 3학년이 되었네요. 그 인내를 칭찬해 주고 싶어요. 3학년은 금방 지날 겁니다. 더구나 교육실습을 다녀오면 벌써 한 학기 끝날 테고, 곧이어 여름방학이 돌아오지요. 2학기도 ‘아차’하는 순간 지나갈 거예요.


졸업 전까지 “바로 이 일이다!”라는 일을 만나지 않는 한, 조금만 더 힘 내서 3년 마무리로 전문학사 학위를 받았으면 해요. 대나무가 매듭지으며 하늘을 바라보며 자라듯이 사람도 그런 매듭짓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무엇보다 자신이 시작한 일을 도중에 멈추면 부정적 자아상과 낮은 자신감과 연결된다고 봐요. 그만두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일이 잘 풀리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염려돼요.


남은 기간 학교 다니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지?”라고 고민하면서 길을 찾았으면 해요. 그 일을 졸업 후 하면 어떨지요?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방황한다는 것은 갈 곳이 있다는 것이다.”라고 했어요. 인간은 누구나 방황하며 살아가죠. 회갑을 넘어 흰머리가 더 많은 저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님도 지금 방황하고 있는데, 그 방황이 할 일을 찾게 하리라 봐요.


괴테는 “모든 큰 노력에 끈기 더하라.”라고도 했어요.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고민을 애써서 하고, 그 노력에 끈기를 가졌으면 해요. 님의 방황에 공감하며 갈 길을 찾길 바랄게요. 뻔한 얘기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은 즐기면서요! 조급해하지 말고 해찰도 하면서요. 윤석중 선생 시 ‘넉 점 반’ 아이처럼.


“아기가 아기가/ 가겟집에 가서/ 영감님 영감님/ 엄마가 시방/ 몇 시냐구요/ 넉 점 반이다//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물 먹는 닭/ 한참 서서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개미 거둥/ 한참 앉아 구경하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이는 오다가 잠자리 따라/ 한참 돌아다니고// 넉 점 반/ 넉 점 반/ 아기는 오다가/ 분꽃 따 물고 니나리 나니나/ 해가 꼴딱 져 돌아왔다//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


넉점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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