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설정과 작은 시도부터’ 雲山 최순자 교수의 <아픈 청춘에게 건네는 위로>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 공명재학당. 2025. 3. 18.
“계속 게으르게만 살고 싶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대학 3학년)
2, 3학년 전원에게 받은 고민이나 듣고 싶은 내용 중 가장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요즈음 우리 사회 큰 문제는 ‘경쟁’을 부추기는 문화입니다. 게으름을 피운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의 여유가 있고, 어떤 측면에선 ‘자존감이 높아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여유가 없고 자존감이 낮으면 갖기 어려운 태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본래 학교라는 영어 어원도 ‘여유’에서 나왔어요. 무조건 열심히 아니라, 천천히 사유하면서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님의 고민은 무기력보다 자발적 게으름으로 생각됩니다.
님의 속도로, 님의 방식대로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요? 때로는 게으르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소중한 일이 되기도 할 겁니다. 저는 오히려 님이 부럽습니다. 주변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속도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자책하거나 너무 걱정하지 않았으면 해요. 게으름을 피우고 쉬고 싶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님은 그 본능에 충실히 하고 있지 않나요? 대부분 사람은 본능을 외면하고 주변 사람 눈치 보고 평가를 두려워하지요.
단,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는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면 변화를 시도할 필요가 있겠지요. 우선 ‘왜 내가 게으름을 피우고 싶지?’라는 생각을 해보세요.
혹시 신체적으로 힘들거나, 뭘 해야 할지 막막해서 그런 건 아닌지. 몸이 힘들어서라면 쉬어야 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뭘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오는 게으름이라 생각되면, 작은 목표를 세워 하나씩 해가면 어떨지요? 예를 들어 ‘하루 10분 내 방 정리와 청소하기’ 등 계획을 세워 실천해 보는 거죠.
조급해하지 말고, 속도보다 중요한 방향을 잡고 작은 시도부터 해보길 권해 봅니다. 방향만 맞다면 천천히 가더라도 가고자 하는 곳에 언젠가는 도착할 테니까요.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반칠환 시인, ‘새해 첫 기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