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임진강변 생태탐방로에서 떠오른 단상

by 최순자

“일반인들은 왜 다닐 수 없을까? 아무나 다닐 수 없는 금지의 땅이었기에 만날 수 있는 생태의 역설이다.”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를 걸으며 한 생각이다. 깊어가는 가을날, 12강으로 진행하는 ‘파주 DMZ 판문점 JSA 여행학교’에서 3차 탐방을 다녀왔다. 민간인통제선 안, 임진각평화누리공원에 이어 ‘임진강변 생태탐방로’였다. 이 길은 임진각평화누리공원에서 통일대교, 초평도, 임진나루, 율곡습지공원까지 이어진다. 총 9.1로 약 세 시간 정도 소요된다.


군인이 순찰하던 길을 2016년 1월부터 일반인에게 시범 개방하고 있다. 사전 접수가 필요하고 인원도 제한적이다. 출발 전 탐방로 관리자의 주의사항 안내가 있었다. 군에서 관리하는 지역이므로 함부로 사진 촬영은 안 된다는 점, 혹시 몸이 불편할 경우는 언제든지 얘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신분증 확인 후, 몸 풀기를 한 후, 쉽게 갈 수 없었던 그 땅에 발을 내딛었다. 입구에 군인 서너 명이 쇠로 된 문을 열어 맞이한다. 잠시 뒤에 ‘안녕하십니까’라는 푯말이 나온다. 누가 누구에게 건네고 있는 인사일까? 이어 예술인들의 작품이 철조망에 전시되고 있다. 고무신에 인조 풀을 넣어 만든 작품, 악수하고 있는 모습, 민들레 홀씨 등이었다. 모두 남과 북이 하나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었다.


통일대교 아래에는 한 마리 소 조각상이 ‘나는 귀향을 한다’라고 하는 듯 의젓하게 서 있었다.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두 번에 걸쳐, 1,001마리 소 떼를 몰고 방북했던 일을 기념하고 있다. 초평도가 보이는 쉼터에서는 초록 리본에 소원을 써서 달 수 있었다. 나는 ‘종전협정, 평화정착, 평화통일’, ‘책 읽고 글 짓는 삶’의 소원을 적어서 걸었다.


임진왜란 때 일국의 왕 세조가 피난을 위해 건넌 곳, 병자호란 때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이 청나라로 볼모로 잡혀 건넌 곳, 최초의 거북선 훈련터였다는 곳, 조상대대로 고기잡이를 하던 곳 임진나루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 나약함, 서글픔, 자랑스러움, 당당함의 감정이 교차한다. 임진강에서 고기를 잡을 수 있는 곳은 사연 많은 임진나루를 포함 두지나루, 통일대교, 반구정, 통일동산 다섯 곳이란다.


금지된 구역이었기에 훼손되지 않은 자연을 만날 수 있었던 점은 좋았다. 한편으로는 기러기, 두루미처럼 사람은 그곳을 맘대로 갈 수 없는 것인지. 초평도 쉼터에서 여행학교 유소정 선생이 단소로 들려준 ‘서편제’에 담긴 ‘한’이 풀어질 날이여 어서 오라. 오래 묵은 ‘한’이 사라지고 철조망이 걷히면, 산 벚꽃 아름다운 봄날, 다시 그 길을 한가로이 걷고 싶다. 말없이 흐르고 있는 임진강처럼 역사에 순풍이 불길 마음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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