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세계 1위 자살 예방, 영유아의 건강한 심리적

by 최순자

세계 1위 자살 예방, 영유아의 건강한 심리적 발달 보장으로!


한국은 지난해까지 1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였다. 정부는 이 오명을 벗고자, 2018년 1월에 ‘자살 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내놓았다. 그 내용은 자살 진행 과정에 따른 원인분석, 고위험군 발굴체계, 자살사건 발생 후 관리와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은 인간형성기인 영유아가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정책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 문제해결이라 본다.


우리 선조들은 이미 그 지혜를 알고 있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서 세 살은 세 살 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서 세 살까지를 의미한다. 지금은 여든이 아니고 백 세까지 간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병리적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상담하고 치료해 온 정신의학자나 임상심리학자들이 모두 강조하는 것이 있다. 인간형성기인 영유아기 때의 양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신의학자 이시형 박사(세라토닉문화원장)는 “3세까지의 경험은 평생 간다(최순자,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추천사에서).”고 했다. 실존주의 상담가로 현재 주목받고 있는 정신분석가 이승욱 박사는 "0~3세까지의 잘못된 양육은 치명적이다(2015 출판도시 인문학당, 강연에서)."라고 했다.


위 사례에서 ‘평생’과 ‘치명적’이라는 단어를 주목하고 싶다. 정신의학자로서 숱한 성인을 만나왔는데 그 사람들의 문제는 어린 시절의 영향을 받고 있더라는 것이다. 또 우리가 어떤 언어적 구사를 할 때 치명적이라는 단어는 쉽게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정신분석가 이 말을 사용한 것은 상담과 치료 현장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봤더니 3세까지가 그만큼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더라는 것이다.


두 전문가를 통해서 3세까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 수 있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가 아니라 임상적 경험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 임상적 경험이란 의사가 환자의 침대를 찾아가 증상을 살피듯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을 직접 만났다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중요한 영유아기 때 무엇보다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이를 ‘애착형성’이라 한다. 영유아를 둔 부모들은 나름대로 자녀를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부모 방식의 일방적 사랑이어서 안 된다.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진정한 사랑으로 느끼는가가 중요하다. 사랑은 주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애착형성은 생애 초기에 이루어진다. 아이들이 12개월 정도까지 스스로 잘 걷지 못하고 누워 있는 것은, 먹여주고 안아주고 말을 걸어주는 등 절대적 보살핌으로 애착형성을 하기 위해서라고 본다.


애착이 형성된 아이는 다른 사람을 믿고 세상을 신뢰하고 긍정적인 인간으로 성장·발달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도 한 인간이 긍정적인 사람이 되느냐 부정적인 사람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이 시기라 했다. 그는 중년 이상의 신경증 환자를 주로 만났는데 거의 다 어린 시기와 관련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어린 시기에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는 사람은 이후의 삶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연구가 있다. 미국 에너미 워너 교수가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1955년에 태어난 약 700명 중, 가정환경이 열악한 201명의 아이를 30년 간 추적 연구했다. 그 결과 3분의 2는 사회 부적응자로 성장하였다. 반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은 큰 문제없이 성장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회복탄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탄력성이란 실패나 실수를 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힘으로 마음의 근육이라고도 한다. 이 연구로 '회복탄력성'이라는 개념이 1980년대부터 심리학과 교육학 분야에 등장했고, 그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다.


인생이라는 한자를 보면 인은 사람인(人)과 날생(生)이다. 사람인의 한자는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기둥이 되어 더불어 살아간다 의미이다. 날생의 한자는 소 우(牛)에 한 일(一)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네 발 달린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넌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다시 말해 인생이라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 본다. 이런 인생을 살다보면 힘들 때가 있더라도 다시 일어설 힘을 가져야 한다.


그 힘을 갖기 위해서는 나를 믿어주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힘들고 지칠 때, 죽고 싶을 때, 나의 모든 것을 터놓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있어 주면 쉽게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지 않는다. 연구 결과, 그런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은 어린 시절 안정된 애착형성을 했을 때 가능했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물질 중심주의, 경쟁주의, 체면문화 등의 가치관 전환도 필요하다. 그러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인간형성기인 영유아기 때 안정애착을 형성할 있는 육아지원 정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가 가장 사랑받고 싶어 하는 대상인 부모가 아이와 애착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아이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다. 예를 들면, 각 부처가 협력하여 육아휴직을 확대·강화하고, 누구나 부담 없이 쉽게 드나들면서 자녀와 자신의 문제를 상담하고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상담·힐링 센터를 공공기관에서 더 많이 운영했으면 한다.


영유아의 건강한 심리적 발달을 보장하는 지원과 양육환경은 먼 듯하지만, 가장 확실한 자살 예방 정책이다. 이 세상에 그냥 온 존재는 단 한 명도 없다. 그 누구의 생명이든 천부권이고 존엄 그 자체이다. 이를 지키는 것은 개인의 몫이자 사회와 정부의 역할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83. 1년에 책 한 권 내기 소망, 현실이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