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제니 Aug 04. 2017

전업맘, 가족의 아침밥과 내 청결을 맞바꾸지 말아요.

"딴따나나나~"


오전 7시 반 알람이 울린다.


워킹맘이었던 나는 알람이 울리자마자 반사적으로 일어나서 일단 내 몸부터 씻는다. 8시쯤 일어나는 남편과 화장실 쓰는 시간이 서로 겹치면 안 되기 때문에 알람 스누즈 기능 따위가 작동할 새도 없이 벌떡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했다.


8시가 되어 남편이 일어나면 간단한 아침준비를 하며 아이를 깨운다. 아이의 입에 음식을 넣는 둥 마는 둥 계속해서 출근준비가 이어진다.


정신없이 먹이고 입히고 해서 8시 40분에 집을 나서야 했다. 8시 50분까지 아이를 데려다주고 10분 안에 회사로 출근.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맘이 되었다.


오전 8시 남편의 알람을 듣고 깨어나거나, 그보다 10분 전쯤 자동으로 미리 잠이 깨어 눈이 떠진다. 몸을 부스스 일으켜 폰부터 확인한다. 내가 자는 동안 카톡이 온건 없는지 슬쩍 확인하고는 바로 부엌으로 향한다.

밥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가 하는 일은 출근준비에서 가족의 먹을 것을 준비하는 일로 바뀌었다. 밥을 하지 않더라도 부엌에서 뭔가 준비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세수 따윈 하지 않는다. 누가 내 얼굴 볼 일도 없다.


천천히 아이를 깨운다. 천천히 아이 밥을 먹이고 옷을 갈아입힌다. 천천히 아이 가방을 열어보고 준비물을 챙긴다. 


이제 더 이상 9시까지 급하게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 급한 마음 없이 아이가 준비가 끝난 시간에 맞춰 유치원에 데려다준다.


집에 돌아와서도 딱히 급하게 세수를 하진 않는다. 어차피 나 혼자 계속 집에 있을 것이다.

남편과 아이는 항상 깨끗하고 청결한 모습인데, 내 모습은 추리하기 짝이 없다. 

관리를 안 해서 푹 퍼져서 그렇다기 보다, 어딘가 조금 청결하지 못하고, 어딘가 조금 촌스럽다.

세수를 하지 않으니 아직 하루가 시작된 것 같단 느낌이 안 든다. 일단 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때우고 부스스 일어나 집안일을 시작한다.


다른 워킹맘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나와는 다르게 일어나자마자 쌀부터 씻는다는 이야기들도 많았다. 워킹맘이나 전업맘이나 일어나자마자 가족의 아침을 준비하느라 바쁜 것은 모두 동일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씻지 않으니까 게을러지고, 게을러지니까 생산성이 떨어지고, 사람도 안 만나고 외출도 안하게 된다. 3일 동안이나 목욕을 하지 않은 적도 여러 번 있다.

가렵다. 벅벅 배때기를 긁으면서도 목욕하긴 귀찮다.

목욕은 꼭 어딘가 외출을 할 때에만 해야 되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바꿨다.


일단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부터 하고 시작하는 걸로.

그리고 목욕은 반드시 이틀단위로 꼭 하는 걸로.


아침에 3분 세수할 시간을 가족의 밥에 양보하지 않기로 했다.

가족들이 그 3분 늦어진다고 해서 밥을 못 먹지 않는다

다만 그것은 내 습관일 뿐이다.


아침에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머리를 빗고 나면 '와 이제 나 어딘가 외출해도 될 것 같아'란 자신감도 막 생긴다. 세수에 맞춰 옷도 제대로 갈아입고 밥을 하기 시작하면 몸에 어쩐지 활기도 더 생긴 것 같이 느껴진다.


나는 아이가 병설유치원에 다니기 때문에 유치원에 직접 데려다준다. 등굣길에서 다른 유치원 다니는 엄마들이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며 서 있는 모습을 매일 본다. 하나같이 집에서 잠잘 때 입던 옷, 세수 안한 얼굴 그대로 서있는 모습들이다. 그 엄마들이 더럽고 게을러서가 아니라 일어나자마자 가족들만 챙기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않아서 그런 것일게다. (안 그러신 어머니들도 많습니다. 일반화한 것은 아닙니다.)


전업맘들, 아침에 단 3분 나를 위해 시간을 쓰자. 하루가 달라질 것이다.

아이 유치원 가고 난 후 집에 돌아와서 폰보며 때우는 시간이 아깝고 어딘가 나가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집안일을 하더라도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나 자신을 사랑해보자. 이뻐해주자.

우리 아이만 씻기고 입히고 가꿔줄 것이 아니라 내 얼굴도 씻겨주고, 예쁜 화장품도 발라주자.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아침부터 세수조차 안하고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늦게 세수를 하는 날은 시간을 허투루 쓴 느낌, 시간이 잘 안가는 느낌이고, 아침에 샤워를 마치고 옷도 제대로 입고 있는 날은 에너지도 더 생기고 집안일도 빨리 끝나고, 생산적인 일이 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울감의 차이도 분명하게 느껴졌다. 

하루의 시작이 이렇게 중요한 것 같다.


전업맘, 가족의 아침밥과 내 청결을 맞바꾸지 말자!

작가의 이전글 엄마, 이 세상 어느 직업보다 어려운 직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