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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제니 Jul 27. 2017

엄마, 이 세상 어느 직업보다 어려운 직업

세상에서 '엄마'라는 직업만큼 '어려운' 직업이 또 있을까?


내 직업은 다름 아닌 '엄마'


대기업 직원, 자영업 사장, 프리랜서 업무, 중소기업 직원..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해봤던 나이지만 어떤 일이 가장 어려웠는가를 묻는다면 단연 '엄마'역할이라고 대답하겠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힘들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다. 내 시간도 없고 내 자아도 없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이었다. 


아이가 조금 자라니, 힘들기보다 '어렵다.'

아이에게 손이 많이 가지 않고, 체력은 오히려 남아도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되는가?'에 대한 과제가 내 일상을 지배한다.


아이의 인성은?

사회성은?

가족 관계는?

리더십은?

창의성은?

인지능력은?

근면성은?

자립심은?

학교성적은?

미래는?


꼬리에 꼬리는 무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잠들기 전 30분가량을 뒤척이게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과하거나 부족하지는 않은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불안하고 걱정된다. 불안한 마음이 극에 달하면 육아서를 손에 잡기도 해본다. 하지만 육아서는 명쾌한 대답을 내어주지 않는다. 육아서에서 내놓는 결론은 단 하나, '모든 것을 아이에게 맡기고 부모는 등대 역할만을 하라'이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를 키워보고 엄마가 어떤 '환경'을 만드느냐에 따라 아이가 확확 달라지는 것을 경험해보았기에 그냥 놔두기만 할 수는 없음을 느낀다. 


예를 들어, 동생이 없는 준이를 보고 있자면 나는 항상 '사회성'에 대한 부분이 해결과제로 느껴진다. 헌데, 가끔씩 친정엄마가 와계실 때면 아이가 한층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가 나에게 하는 행동이 다르고, 할머니에게 하는 말과 행동이 달랐다. 나도 아이를 제 3자의 시각에서 관찰해볼 기회가 생겼고, 아이도 엄마 외의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배우며 자랄 수 있었다.


준이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이제 대가족이지요?"


우리집에 할머니가 같이 살고 있으니 이제 대가족이라는 뜻이었다. 아이에겐 3인 가족보다 4인 가족이 낫고, 아이는 더욱 많은 가족 구성원 속에서 안정감과 화목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외동아이를 키우는 집들에게 사회성에 대한 부분이 고민된다면 동생을 못낳아주는 대신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선물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해드리고 싶다. 조부모와 부모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을 관찰하면서 사회생활을 간접경험해보는 개념이다. 게다가 준이는 '엄마 과잉'상태에 있는 아이라 때로는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필요하다. 그것이 형제가 아닌 할머니가 된 것일 뿐이다.


이처럼 가족구성원에 조금만 변화를 주어도 아이는 크게 달라진다. 그러니 또 다른 어떤 요소에 변화를 주면 아이가 또 그렇게 달라진 방향으로 성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육아서에서 말하는 등대 역할에 내 역할을 한정시키기엔 아쉬움이 커진다. 나는 내아이에게 뭔가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엄마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을 한다. 


가령, 나는 아이 교육에 관심이 정말 많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아이 스스로 알아서 하게 놔두다 보면 다 잘 될 거다라는 자유방임주의적인 교육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아이가 자라고, 최근에 유행하는 교육정보를 듣고, 교육 현업에 종사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어릴 때에 비해 교육환경 자체가 많이 변화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창의력이 요구되고, 다양한 경험과 스펙을 갖춘 인재상이 대두되다 보니 그럴수록 유년시절에 최대한 많은 '교육적 자극'을 주는 것, '교육적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적극적인 사교육 시장의 소비자가 된다기 보다는, 뭐랄까, 딱 잘라 말하긴 어렵지만 그 어떤 애매한 엄마의 능동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이의 인성교육을 위해 화안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아이의 다양한 두뇌자극을 위해 다독 책육아를 진행하고, 아이의 수학적 사고 발달을 위해 플레이팩토 홈스쿨을 시작했으며, 아이의 창의성 발달을 위해 체험과 만들기 홈스쿨을 진행해주고, 남자아이답게 키우기 위해 아빠표 몸놀이를, 영어 노출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나 스스로 주 3회 화상영어 교육을 받고 아이에게 영어로 말해주며, 스트레스 없는 아이로 자라게 하기 위해 자유놀이 시간이 많은 병설유치원에 보낸다. 아이에게는 자연스러운 환경이겠지만 사실 내가 심혈을 기울여 정교하게 짜놓은 준이 맞춤형 교육환경이다. 그러니 이런 환경 조성을 위해 골머리를 싸매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니 엄마 역할이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나름 열심히 엄마노릇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뭔가 빠진 것이 없나 불안한 것은, 엄마라는 직업 자체가 가지는 근원적 문제 때문인 것 같다.


“신은 모든 사람들 곁에 일일이 있어줄 수가 없어서 엄마를 보내줬다”


라는 말이 있다. 나는 어쩌면 지금 내 아이에게 신이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정도의 압박과 무게감을 느끼고 있기에 단순히 집에 있는 사람이기보다 '전업맘'이라는 역할을 '직업'으로 수행해내고 있는 기분이다.


나는 평상시 최소한 하루에 한번 이상은 아이를 위한 책을 검색한다거나, 아이 방에 놓아줄 유익한 물건을 알아본다거나, 아이를 위해 데리고 갈 좋은 곳을 찾는다. 최근에는 아이에게 놀며 자연스럽게 익히는 수학 교구인 플레이 팩토를 중고로 들여 아이와 함께 수학놀이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또 자연스럽게 아빠도 동참시켜서 집에서 수학게임을 즐긴다. 자연스럽지만 알고보면 내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환경. 그리고 그 속에서 편안하게 커가는 아이. 


아이를 그냥 스트레스 없이 놔뒀더니 때가 되어 스스로 알아서 공부도 잘하고 자기주도학습도 잘하더라~라는 케이스도 있지만, 노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 당최 공부하고는 담쌓은 아이로 자라더라~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었다. 7세 이전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무조건 실컷 놀게 해야 나중에 공부할 때가 되어 공부할 힘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7세까지도 실컷 놀고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계속 놀기만 하려는 아이가 되더라~라는 이야기도 학원가에선 쉬쉬하며 전하는 썰이라고 한다.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육아정보의 과잉상태가 되다보니 엄마로서 중심을 잘 잡기가 정말 어렵다. 그러니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교육환경을 만들어놓을 수 밖에.


고통의 극단에는 희열도 있다고 했던가?


고민되고 불안하지만 분명히 엄마로서의 보람과 기쁨이 함께하고 있다. 나의 육아관과 기법에서 어떤 것이 정답이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이일을 즐기고 있다라고는 자신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37살 먹은 나를 아직도 키우고 있는 우리 엄마에게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일이듯이 말이다.


전업맘을 직업으로 받아들이다 보니 나에겐 제 2의 인생과 다름없게 되어버렸다. 아마 많은 전업맘 분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심리일 것이라 생각한다. 엄마라는 직업, 이 세상 어느 직업보다 어려운 직업이지만 해내지 못할 일도 아니다. 누구나 다 훌륭히 해낼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러니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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