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를 못하는 사람

by 스윗제니

내 친정아빠는 내가 열아홉되던 해에 돌아가셨다. 건강관리를 못해서였다. 30대 초반에 이미 당뇨를 앓기 시작했고 장장 19년의 투병생활 끝에 여러 당뇨 합병증으로 생을 마감하셨다.


그 후로 20년이 지났다. 그간 나는 당연히 아빠를 건강관리를 참 못했던 분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젊은 아빠는 술담배를 좋아했고, 당뇨에 나쁘다는 음식을 멀리하지 않았다. 규칙적인 운동도 하지 않았고, 요양이나 휴양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 당뇨병 환자가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가? 요즘식이라면 그렇게 사는 당뇨병 환자를 '잘못된 사람'이라고 부를 것 같다.


짧지만 이제 나도 조금 살았다면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살면서 주위를 보니 남들도 다 아빠처럼 살더라. 다들 술담배하고, 늦게까지 놀고, 운동 안하고, 불량식품을 먹는다. 그들은 운좋게 당뇨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일 뿐이다. 건강한 사람은 마음대로 살아도 되고 병에 걸린 사람은 죄인처럼 모든 생활을 통제하며 살아야 될까?


최근 나는 아빠의 이른 죽음에 대한 진실에 한발자국 더 다가가게 되었다. 아빠는 당뇨때문에, 또 당뇨관리를 못해서 일찍 돌아가신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아빠는 7남매 중 유일하게 한국전쟁 통에 임신되었고, 피난길에 태어났다. 태아에게 영양공급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환경 모두 극악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을 것이다. 아빠의 다른 형제들도 대부분 당뇨를 앓고 있지만 아빠처럼 일찍 발병하지도, 일찍 돌아가시지도 않았다. 대단한 관리를 하며 사시는 것도 아니지만 대부분 노년기까지 건강하게 살고 계시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신 것은 아빠의 잘못이 아니다.


젊은 사람일수록 삶에 대한 동경이 강하다. 삶의 길이보다는 삶의 질 말이다.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이 하고 싶은 것을 다 참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한편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호기심에 대한 집착이 옅어진다. 해보고 싶은 것은 왠만큼 다 해본 후다. 삶이 길이를 조금 더 연장하기 위해 주어진 남은 인생이 철저히 관리하며 사는 인생이라 할지라도 비교적 의연하고 순순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은 열정을 해소해야 잘 살 수 있다. 한편 삶이 있어야 열정도 풀어낼 수 있다.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조금 더 살기 위해 모든 열정을 다 누르고 사는 것, 그렇다고 모든 끼를 다 발산하며 사는 것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는 없는 문제다.


6년전 위암으로 3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난 울랄라세션의 임윤택 단장을 추억한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은 중병에 걸렸으면서도 건강관리를 제대로 안한다며 그를 비난하고 질타했다. 인생의 행로는 타고난 자신의 자연스러운 방향을 크게 거스르기 어렵다. 그 사람이 병에 걸린 것, 완벽한 투병생활을 해내지 못한 것은 그 사람의 불행이자 슬픔이지 죄가 아니다. 나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 할지라도 나는 나의 낱낱의 시간과 일상과 나 자신을 옳고그름의 그물에 가두어 괴롭히고 싶진 않다.


건강관리란 매우 이상적이고 동시에 어려운 것이다. 관리하며 사는 사람이 정상이고 표준인 것이 아니라 관리를 못하는 사람이 정상이고 평범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전 12화38년치의 넓은, 그리고 얕은 인간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