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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제니 Oct 05. 2020

감성에 대하여


흔히 감성은 이성보다 낮은 차원의 것이라고들 알고 있다

그리고 감성의 영역은 매우 좁고 영향력이 적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 합리와 비합리, 이익과 손해를 판가름해주는 고마운 이성


사람들은 합리적으로 살아가는 자기자신을 무척 마음에 들어하며

자기와 다른 합리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거부감 또는 멸시의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그런데 살다보면

합리적으로 내린 판단과 실행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이성과 합리는 보지 못하는 

거대한 감성의 세계를 간과한 판단일 때 그렇다

이성과 합리가 정확한 판단을 내리려면

인간사에 발생하는 모든 상황의 변수를 다 포함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질 못한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때론 감성에 기반한 판단이 더 쉽고 간단할 수도 있다.


감성은 대개 감수성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은 인지상정, 본능이란 개념으로 사용될 때도 있다


호불호, 미추를 느끼는 감수성 외에도

서로의 입장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감정인 인지상정

희로애락애오욕이란 존재 그 자체인 본능

시시때때로 변하는 낱낱의 감정인 기분

모든 것이 다 감성의 영역이다


좋은 게 좋은 거다 = 결국 마음에 '좋아'야 된다.

나쁜 건 나쁘다 = 기분 나쁘면 참이라도 나쁜 것이다.


때문에 내가 맞니 니가 맞니하는 싸움은

언제나 의외의 실마리로 풀리게 되는데

늘 '기분 풀어주는' 다른 차원에서 발생한다.

그러면서 '서로 이만큼 만족했으니, 서로 이만큼 양보했으니' 됐다는 타협을 한다


옳고 그름의 싸움은 언제나 결론이 없다.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싸움은 늘 논점에서 벗어난 다른 차원에 의해 풀어진다

논점 자체로 결론이 나서 해결되는 사례는 한번도 못봤다


그런데도 감성이 이성보다 열등하고 범위가 좁다고?


아니. 내 생각은 이제 완전 다르다.

그깟 이성보다 감성을 더 잘 주무르는 사람이 결국 인생을 잘 산다는 것

업무적인 영역에선 이성이 꽤 쓸만하지만

업무 역시 사람들이 모여서 하는 일인지라 의사결정의 지점에선 언제나 감성이 우세다

이성보다 감성의 영역이 훨씬 크다는 사실만 인지해도

인생살이가 한결 나아진다


특히 고객들의 지갑을 털어야 되는 마케팅의 영역에선 더욱 그렇다

감성 마케팅을 감수성 마케팅으로 오인하면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은 어려워한다.

감성 마케팅에 대해 배우려고 하고, 전문가를 초빙하려고 한다.

감성적인 사진을 찍어야 하고, 감성적인 카피를 적어야 된다고 믿는다.

그 말도 물론 맞지만


가끔 뜬금없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컨텐츠를 보면

프로페셔널한 감성컨텐츠와 너무 거리가 멂에도 사람들이 열광하기도 한다.

감성은 감수성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성은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무기이지만

감성은 같이 좀 잘먹고 잘살자는 떼쓰기다.

그 떼쓰기 안에는 공교롭게도 합리적인 사람들의 이익도 다 포함된다.

그래서 감성이 언제나 이긴다.


마케팅을 할 때에도

같이 잘 먹고 잘 살아보세의 메시지를 담으면

승산이 있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 컨텐츠를 만들 때 그렇다.

우리는 이익은 몰라요

제품만 알아요

오로지 품질만 생각했어요

늘 손해본다고 주위에서 타박을 들어요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

이런 메시지를 담아야 펀딩이 성공한다


때문에 향후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에는

말하는 화자를 등장시키는 컨셉이 흥할 것이다.


문구보다는 문장으로,

우리와 여러분의 관계를 설정하는 설계로,

여러분의 이익까지 함께 생각하는 '우리'라는 아이덴티티로


사람들이 감성적이어서 아이폰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실은 자신이 돋보이고 싶어서 아이폰을 산다


아이폰의 성능과 기능을 감성적으로 소구한 후

구매의 순간에서는 남들보다 다른 선택을 하는 소중한 나를 떠올린다


사람들이 갤럭시를 사는 이유는 품질이 좋고 AS가 확실해서가 아니라

우리 삼성,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만든,

내 가족같은 삼성이 만든 것을 팔아주고 싶어서가 더 크다.

삼성이 상징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이란 틀 안에 나도 포함되어 있으니

내가 삼성을 소비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관련이 있다는 감성이 깔려 있다.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삼성이 제품을 잘 만들면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앱등이와 갤빠 싸움에서 갤빠가 이길 수 없는 이유는

앱등이는 철저히 이성의 영역

갤빠는 감성의 영역에 머물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게 좋고 이게 우수하고 이게 대단한데

갤빠는 삼성도 그정도는 할 수 있고, 그래도 우리 삼성이다.


혁신기술, 혁신 아이디어가 없는 삼성이 왜 계속 세계 1,2위에 머물까까

삼성은 사람들에게 안심을 주기 때문이다.

날고 기는 초일류 기업들이 무슨 신기술을 내놓아도

삼성이 초단기간에 따라잡아서 비슷하고 조금 더 싸고 품질 튼튼한 놈을 금방 내어주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아, 믿을만 해, 절대 손해는 안봐


국내에선 말할 것도 없고 해외 사람들에게도

이런 믿음을 준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친정인 삼성 마케터들에게

혁신기술, 세계 1위, 세계 최초 강조하는 홍보마케팅형 전략을 때려치고

그냥 감성마케팅만 해도 괜찮지 않나는 조언을 하고 싶다


물론 신제품은 제품 얘기 좀 해야겠지만

브랜드 관리는 감성마케팅으로 돌려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우리'란 단어 좀 많이 써줘야 하고

세계에선 '당신과 삼성' 컨셉으로 동반자 개념으로 파고 들어서 가슴 팍에 딱 꽂히는 자리 하나를 파줘야 한다


전자기기는 21세기 인류의 생필품이자 일상 그 자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제품 얘기, 기술 얘기보다 삶의 얘기, 감정의 얘기, 기분의 얘기를 더 나눠야 한다.


감성보다 이성이 더 우월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감성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고 살아야 된다는 뜻이다.

일을 할 때도 감성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인지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감성이 어렵다고? 본인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된다.

감성은 때론 남들앞에 내보이기 싫은 부끄러운 속마음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더더욱 잘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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