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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제니 Feb 23. 2018

다시 기회가 와도 전업맘일까

유치원에 다니는 저희집 아이는 정확하게 3시 10분에 집에 옵니다. 만약 종일반이었다면 6시 30분쯤 집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어찌보면 하루에 겨우 3시간 차이일 뿐인데도, 수많은 전업맘들이 이 3시간 차이 때문에 전업맘의 길을 선택합니다. 이 3시간의 차이 속에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영화 한편보고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끝나는 이 3시간 안에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왜 수많은 워킹맘들이 커리어를 포기하고 전업맘의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걸까요?

첫번째 이유로는 워킹맘이 될 경우 3시에 아이를 픽업할 사람을 구하는 일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등하원 도우미나 부모님이나 친인척분들의 도움을 받아야 아이가 종일반에 다니지 않고 해가 떠있는 낮에 집에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맞벌이 가정에서 등하원 도우미나 친인척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되도록이면 낮시간에 아이를 픽업하여 가정의 품에 안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등하원 도우미에게 특별한 사정이 생겨서 아이를 픽업하지 못할 경우 1순위로 엄마가 반차를 쓰게 되거나 2순위로 아빠가 반차를 쓰고 그 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유치원에 사정하여 종일반에 하루정도 맡기기도 합니다. 100%의 엄마 대타는 불가능합니다.

두번째 이유로 아이가 종일반 생활을 할 경우 왠만한 직장인들 퇴근시간에 견주어도 될만큼 아이는 집밖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당수의 아이들이 실제로 종일반 생활을 하고 있고, 워킹맘 엄마들이 이 때문에 마음아파하고 있습니다. 종일반 생활을 할 경우 아이는 피곤해하고, 오랜 사회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대다수 종일반 프로그램이 그렇듯, 별다른 교육 프로그램 없이 통합보육만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특별히 유익한 시간이라고 보기도 애매합니다. 눈을 질끈감고 맞벌이를 해나가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달리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대답으로 말끝을 흐립니다. 

셋째로 퇴근 후 쏘아놓은 화살처럼 지나가버리는 저녁시간 동안 양질의 보육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퇴근 후 아이를 픽업해서 집에 데리고 온 후 잠깐 정리하고 부엌에서 저녁준비를 하고 나면 어느 덧 7시. 밥먹이고 정리하고 세탁물 잠깐 정리하면 8시. 씻기고 재울 준비를 시작해야 할 시간입니다. 말이 엄마지, 엄마와 자식간의 질높은 양육을 할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아쉬운 마음에 이때부터라도 엄마시간을 가지려 한다면 아이를 늦게 재우는 수밖에 없고, 다음날 둘다  일찍 출근해야 되는 바쁜 아침에 그 타격이 올 것입니다. 아이가 취학을 앞두고 있어서 학습지라도 하나 하게 된다면 30분 정도가량이 날아갑니다. 엄마 자식간에 터놓고 대화할 새가 없습니다. 아이가 집에 오는 시간 차이는 겨우 3시간 남짓인데, 실제로는 30분도 아이에게 질 높은 양육을 할 기회가 없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워킹맘과 전업맘의 육아 시간의 차이는 매몰시간 3시간이 아니라 실제로는 5시간 이상이며, 전업맘이 오전시간 동안 장보고 저녁거리를 미리 준비해놓고, 청소 빨래의 집안일을 마친 경우라면 더 많은 시간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맞벌이 집에서는 아이를 일찍 재울 수 밖에 없고, 전업맘의 집에서는 아이가 좀 더 늦게 자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 8시 경에 엄마와 함께 집을 나서야 하는 워킹맘의 아이와 달리 9시 10분까지만 준비를 마치면 되는 전업맘의 아이는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도 충분히 케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시간에 쫓겨 하루종일 동동거리는 삶, 아이와 살 부빌 시간의 절대적인 부족 때문에 많은 워킹맘들이 오랜 고민 끝에 전업맘의 길을 선택합니다. 반면, 전업맘들은 아이에게 화를 자주 내게 된다거나, 아이돌보기가 힘들다는 등의 지엽적인 고민 외에는 육아에 대해서만큼은 큰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저의 경력단절 기간은 7년차가 되어갑니다. 이제 많이 늦었죠. 그래서인지 더욱 더 요즘 '그때로 돌아갔더라면 다시 전업맘을 했을까?'란 생각을 많이 해봅니다. 처음엔 몰랐어요. 아이가 어렸을 때는 그저 '보육'이 전부니까. 저 아니라도 누가 돌봐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갈등도 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이의 인생에 있어 엄마의 자리가 너무나도 크다는 걸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7년의 전업맘 생활을 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해주었습니다. 



아이가 돌만 되면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해라
아이가 세돌만 되면 다 키웠으니 이제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해라
아이가 유치원에 가면 다 컸으니 이제 유치원에 가 있는 시간 동안 일을 해라
아이가 학교에 가면 학원에 갈거다. 그럼 일을 다시 시작해라



이제 7살이 된 준이. 아직 다 크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을 시작하지 못합니다. (제가 말하는 일이란 출퇴근을 하는 풀타임 잡을 말합니다.) 아이가 3,4학년이 되더라도, 학원에 내돌리는 것이 싫어서 계속 제가 집을 지키려고 합니다. 전업맘 생활을 하더라도 아이가 유치원에 가있는 동안 외출을 한다던지 다른 일을 한 후에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제가 집안일을 안해놓아서 밀린 집안일과 육아를 같이 하느라고 허둥지둥합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전업맘 생활을 하려면 아이가 원에 가 있는 동안 최대한의 집안일을 다 해놓고 아이를 맞이해야 된다는 소박한 교훈도 얻었습니다.

아이가 7세가 되어 혼자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혼자 놀기도 잘 놉니다. 이제 제 손이 덜 가는 건 사실이지만 제 역량이 덜 중요해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아이가 생물학적 인간으로 자립은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회적 인간으로서 자립을 시키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엄마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의 머리 속에 다양한 지식도 넣어주어야 하고, 아이를 데리고 다양한 경험도 시켜주어야 합니다.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다 손놓아도 그만이지만 하려고 하면 끝도 없는 것이 엄마 역할이더라고요. 

 몰랐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이제 많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다시 선택을 할 기회가 온다고 해도 전업맘의 길을 걷게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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