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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제니 Dec 02. 2017

애착인형과 따로재우기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

서구권 동화책이나 아이들 영화, 각종 컨텐츠를 접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소재가 바로 '애착인형'입니다. 애착이불이나 애착인형들은 서구권 아이들에게 있어 없어서는 절대 안될 필수불가결의 존재인 것 같습니다.

서구권에서는 워킹맘이건 전업맘이건 아이들을 따로재우는 경향이 매우 강하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에게는 자는 시간 동안 엄마를 대신할 만한 사물이 필요해지게 됩니다. 바로 그 사물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애착인형이고 두번째로 유용한 것이 바로 이불입니다. 

애착인형은 우리나라로 치면 공갈젖꼭지 쯤 되는 존재감으로 서구권 아이들의 유년시절 정서적 지지대가 되어줍니다. 반드시 함께 붙어 있어야만 하는 존재이며 정서적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인격화, 신격화까지 되곤 합니다.

애착인형을 사용할 때는 더할나위없이 편리하고 좋지만, 궁극의 장점 뒤에는 부작용도 존재하는 법. 이것을 떼낼 나이가 되었을 때 적절히 이별을 시키는 절차 역시 매우 고되고 힘들다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서구권 동화책들 중 상당수는 애착인형과 적절한 이별을 할 수 있는 팁 같은 것들이 나와있는 경우가 많으며, 애착이불을 잘라 손수건을 만들어주어, 언제나 함께 가지고 다닐 수 있게 해준다는 내용의 동화까지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베이비 페어같은 곳에 가보면 애착인형이라고 이름붙여진 많은 인형들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긴 한데, 이 애착인형을 솔찬히 잘 썼다는 후기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형 정도로는 포지셔닝 되어있을 수는 있으나, 애착인형이 엄마를 대신하는 수준으로 신격화, 인격화되어있는 경우는 크지 않습니다. 

저는 이런 문화의 차이점이 바로 '함께 데리고 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간혹 워킹맘의 아이들도 애착인형인아 애착이불, 엄마냄새나는 속옷 등을 애착대상으로 여긴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되곤 하는데, 엄마가 없는 상황에서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데 용이한 물건이기는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자는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서구권에서의 애착인형의 존재감만큼 애착인형이 인격화된 대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만큼 '잠'이라는 것은 단순한 생체기능을 넘어서 문화적, 심리적, 정신적 활동임에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졸리니까 자는 것이 아니라, 안심할 수 있으니까 잠드는 것이고, 행복하니까 잠잘 수 있는 것입니다. 한번이라도 불면증을 겪어보셨던 분이 계신다면 정서가 불안정할 때 도저히 잘 수 없었던 기억을 가지고 계실 것입니다. 서구권 동화책들 중 상당수는 '잠을 자고 싶지 않다. 자는 것이 무서워서 혼자 못자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너무 졸리면 잘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로 결말을 맺게 되는데 참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씁쓸합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엄마가 없는 상황에서는 애착인형을 데리고 있다가도, 엄마가 함께 있는 상황에서는 엄마를 더 찾습니다. 하지만 서구권 아이들은 엄마가 있는 상황에서도 애착인형에 집착을 보입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잠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준이는 애착인형도 없고 애착이불도 없습니다. 엄마를 대신하는 그 어떤 '애착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전업맘인 저의 존재도 항상 있고, 잘 때도 함께 데리고 자기 때문입니다. 

돌 전의 갓난아기 시절에야, 졸리면 어떻게든 적당히 재울 수 있지만 아이가 걸어다니고 말을 하는 시기가 되면 '자기 싫다'는 아이와 씨름을 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혼자 자는 방에 아이를 놔두고 잠들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오는 행동은 참으로 엄마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옆에 데리고 자면 아이가 잠들던 말던 나먼저 자버리고 아이가 나중에 따라서 자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 말이죠. 

아이들은 불 다 끄고 옆사람이 잠들면 자기도 따라 잡니다. 심심해서인지, 암묵적 자야된다는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일어나지 않고 같이 누워있다가 잠이 듭니다. 안자겠다고 돌아다니거나 설치지 않고 그냥 누워있다가 잠이 듭니다. (물론 18개월~24개월 정도의 아이들은 돌아다니면서 불 다시 켜고 뛰어다니기도 합니다만..) 같이 자는 것만큼 아이 재우기 쉬운 스킬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 부모님들이 잠자는 문화 하나만큼은 정말 잘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가정들은 잠자는 문화를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애착인형이나 애착인불 같은 것도 큰 필요가 없는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에게는 그저 엄마의 살과 냄새가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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