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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제니 Jul 05. 2021

정의와 정당함은 별개

역사상 유래 없이 정의란 가치에 더없이 예민한 요즘

그 중에서도 정부주도로 내걸었던 '정의와 공정'이란 익숙한 단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의롭지 못할 수 밖에 없어서 정당하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민간의 차원


정의는 윗사람이 지켜야 해.

'정의롭지 못하고 게으르고 나태하고 무능력한 자신은

원래 사람이란 이런 존재니까 정당하다'고 부르짖는 SNS의 글들이 

그 어느 때보다 화력을 불사지르고 있다.


대충살자

열심히 하지 말자

아무 것도 하기 싫다

소용 없다

남 도와주면 큰일


근래 수없이 보게 되는

유머를 빙자한 SNS에 유통되는 컨텐츠들의 주제다.


내가 대충살고 타인의 어려움에 눈감는 것은 '정당하다'고 부르짖고 외치는 민간.

하지만 위정자들은 티끌만큼도 부정해서는 안되며 만인에게 공정해야 한다는 현미경보다도 촘촘한 잣대


나는 내가 정의로워야 늘 정당할 수 있다고 배웠는데

또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젠 아니다.


민간에서 성실하고 열심히 살고 정의로운 사람은 '괴짜' 취급을 받는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신들과 다른' 사람으로 구분짓고 '동질감'으로 이루어진 심리적 친목 범주 밖으로 내몰아 버리기도 한다.


옛날 공자왈 맹자왈에 등장하는 '소인배는 어떻고 대인배는 어떻다'에 등장하는 그 말이 그 말인가 싶기도.

왠일인지 공자님이 말한 '소인배'들이 자신들이 더욱 정당하다고 외치고 공감받는 세상에 살다보니

정의추구는 개나 줘버려야 하나 싶지만


태생이란게 또 어쩔 수 없는 것이,

대인배로 태어난 사람은 대인배로,

소인배로 태어난 사람은 소인배로 살게 어느정도 미리 프로그래밍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무시할 수가 없기에

내가 단지 소인배들과 친밀감과 동질감을 갖기 위해 그들과 비슷해지는 것은

다시 태어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나더러 왜 이렇게 열심히 사냐, 에너지가 많냐고 하는데

의지로 열심히 사는 게 아니다

저절로 그렇게 살아지는 것이고

남들이 보기에 그럴 뿐이지

나는 내 식대로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뿐인데


'하고 싶은 일'의 주제가 남들에겐 '쉬고 놀고 먹기'라면

나는 일하고 탐색하고 습득하고 알아가는 활동들

그게 나에게는 노는 일과 비슷한 재미일 뿐


재미있어서 하는 것들일 뿐

열심히 뭔가를 이루려고 하는 것들이 아니다


쨌건

정의와 정당은 이제 비슷한 부류의 단어가 아닌 것아 되어버렸다.

정당함은 그 근거를 여러 곳에서 가져다 써도 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씁쓸하고 한심하지만 

그렇게 두고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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