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의 황금기이자 고난기인 18개월~두돌까지의 시기. 아이의 인생을 통틀어 웃음과 울음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가 되면 아무리 늦게 걸은 아이라도 대부분 두 발로 아장아장 걸어다닐 수 있으며 사회성이 자라기 시작해서 상대방에게 사랑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준이의 경우는 만 15개월부터 부쩍 애교가 늘고, 자기를 봐달라는 신호를 자주 보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엄마와 교감하는 방법을 나름 터득해서 ‘주고받음’을 시작하니 키우는 사람으로서 하루하루가 즐겁고 소중했다.
만 18개월 이전에는 엄마가 아이에게, 혹은 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의 일방적인 신호만을 보내는 one-way communication의 방식이었다면 18개월때쯤부터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소위 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한다는 게 그 말일 것이다. 말의 표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내면에 담고 있는 의미까지 이해하기 시작하는 아이와 대화하는 재미가 쏠쏠해진다.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반응하고 칭찬하는 지에 대해 감을 잡은 아이는 부모의 칭찬을 본격적으로 갈구하기 시작한다. 이쁜 짓들을 마구 시작하며 부모의 반응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한다.
반면 18개월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아이의 자아가 자라기 시작하면서 ‘떼’가 늘기 시작한다. 아이 하나 케어하는 데 진땀을 뻘뻘 흘리게 되는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이기도 하다. 돌잡이 까꿍이 시절의 떼는 비교도 안되는 폭풍 짜증과 신경질을 발사하기 시작한다. 흔히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주지 않는다고 바닥에 드러눕는 아이들이 대다수 이 시기에 속해있다. 또한 아이의 폭력성이 부쩍 늘어나서 물건을 던진다거나 고집을 피우고 멋대로 행동을 하며 상황을 자신이 통제해보려는 시도를 시작한다.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해 엄마가 어떤 반응을 하는지 관찰하고 엄마가 아이의 떼에 쉽게 굴복하면 그것이 학습효과가 되어 떼쟁이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아이의 행동에 대한 엄마의 반응이 매우 중요하다. 대다수의 엄마가 아이를 달래기 위해 요구사항을 속수무책으로 들어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떼는 날로 늘어만 간다. 많은 엄마들이 ‘아기 훈육법’에 대해 본격적으로 검색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준이가 20개월 되었을 무렵 내 일기를 보면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과 혼을 내는 것의 차이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애한테 화내는 건 그 때뿐이지만 혼내는 것은 효과가 있다고 적혀 있다. 눈물 쏙 빠지게 엄청 크게 혼이 난 준이는 고분고분해지고 나한테 잘보이려고 자꾸 쳐다보며 웃고 애교를 부렸다. 잘못된 행동이 고쳐질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계속 야단쳤더니 아이도 엄마가 그냥 화난 게 아니라 자기가 정말 잘못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엄마가 혼내는 의도를 알아들은 것이었다.
많은 육아서와 인터넷 전문가들이 아이 훈육법에 대해 여러 방법론을 제시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의 메시지를 정확히 아이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훈육에 있어 쉬운 팁과 요령은 없다. 오직 정공법만이 통할 뿐이다. 엄마의 감정과 의지와 의도가 정통으로 아이의 가슴에 박힐 수 있도록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하는 것, 또 단호함을 가지고 아이의 행동의 수용기준을 제시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선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엄마가 어떤 기분인지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주어야 하며, 너의 행동이 고쳐질 때까지 엄마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엄마는 너의 행동을 바로잡아 주어 착한 아이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점을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그런 후 어디까지가 허용될 수 있고 어느 선 이상부터는 통제될 수 있다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면 된다.
18개월 아이를 키울 때 가장 힘든 점 중의 하나는 한번 터진 울음이 아주 길다는 것이다. 이 울음은 크게 두 가지 이유에 기인한다. 첫 번째는 ‘떼’를 길게 쓰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짜증’이 오래 가는 경우이다. 자아가 부쩍 자란 18개월짜리는 자신의 의지가 관철될 때까지 울고불고 또 운다. 대다수의 엄마가 아이의 울음이 30분이 넘어가면 아이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며 굴복한다. 그러면 이런 학습효과를 가지게 된 아이는 울음을 무기로 엄마를 통제하려고 한다. 떼는 반복될 수록 더 강화되고 길어진다. 그래서 적절한 시점에서 아이의 떼를 끊어주어야 한다.
아이의 떼수치가 엄마의 임계치를 넘어가는 시점에서 아이의 눈물콧물 쏙 빼놓을 정도로 엄하고 무섭게 혼을 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한 번 크게 혼내기로 마음 먹은 이상 절대 아이와 타협하거나 굴복하면 안된다. 혼내기의 핵심은 ‘화냄’이 아닌 ‘엄함과 단호함’이다.
“너 지금 이 행동 잘못된 거야
요즘들어 너 계속 니 멋대로 행동하고 고집을 피우고 있어.
엄마가 계속 용서해주고 이해해주었는데 이제부턴 용서 안해줄거야.
지금했던 이 행동 뿐만 아니라 니 맘대로 고집부리는 건 모두 안돼.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을 고치지 않으면 엄마도 착한 엄마가 되어줄 수 없어.
엄마가 안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앞으로 절대 들어주지 않을 거야.
니가 해도 되는 행동들은 된다고 얘기해줄테니 해도 되는 행동들을 마음껏 해.
말을 잘 안듣는 아이에게는 뽀뽀도 안해주고 안아주지도 않을 거야.(아이에게 스킨쉽 박탈 선언은 크나큰 정신적 충격을 안긴다. 이 시점에서 아이가 달려와 마구 안기면서 엄마가 혼내는 것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매몰차게 아이를 밀어내며 엄마와 떨어져 앉으라고 엄하게 지시한다.)
착한 아이가 되고 싶으면 ‘잘못했습니다’하고 용서를 빌어.“
자존심 센 아이들은 ‘잘못했습니다’라고 인정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준이도 잘못했습니다 한번 하는 데에 30분 이상씩 시간을 쓰며 나에게 좀처럼 굴복하지 않았다. 그리고 잘못했습니다를 마지못해 하면서 분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렇게 아이의 고집을 한번 꺽어놓으면 그 이후 한두달 간은 수월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다. ‘너 저번에 혼났던 거 기억하지?’란 얘기만 해줘도 아이가 겁을 먹었다. 하지만 아이의 고집은 또 서서히 자라나서 이따금씩 꺾어줘야 할 타이밍이 찾아온다. 다행히 아이가 한 5살 쯤 되면 아이가 엄마의 패턴과 성향에 적응을 해서 크게 훈육할 일이 별로 없어진다.
준이가 21개월 무렵에 적었던 나의 일기
며칠사이 준이는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마트에 가자고 하고
자존심이 상하면 삐죽삐죽거리고
졸리면 침대에 가서 누워있고
안가르쳐줬던 사물도 의외로 많이 알고 있고
옷을 혼자 입어보겠다고 버둥거리고
오줌 양이 많아졌고
뭐든지 능숙해져서 이제 어린이가 되어가는 것 같다
그래서 자식의 아기시절이 금방 지나간다는 건가봐
키우기 힘들고 어렵지만 그 역시 너무나 금방지나가버려서 아쉽다. 엄마가 도와주고 개입해줄 여지가 점점 줄어들며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 키우기 힘든만큼 예쁜 짓도 많이 해서 부모의 입가에 미소지을 일도 많이 선물해주는 시기이니 적극적으로 사랑해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