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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제니 Feb 22. 2023

'공직'과 만연의 오류

이 글은 2020년 9월에 쓰여진 글이다



만연의 오류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라는 키워드가 한창 뜨거웠던 시절이 있었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는 소위 대한민국에 사는 서울 중산층 이상이라면 누구나 하는 것들이었지만

'문제'가 됐던 이유는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를 했던 당사자들이 공직자였거나 관련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키워드들이 문제가 됐던 시기는 갖가지 '임명'이 이루어지던 시기였다.


공직에 관련된, 공직을 탐하는 자들이

공공의 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했던 '전적'이 밝혀지면

예외없이 도마에 올라 난도질을 당했고

낙마했으며

그 개인들의 사례가 모여 이룬 합계수치는 그 정당의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한번 만들어진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한차례 떠들썩한 난리굿이 지난 후 한동안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병역기피라는 키워드는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았다.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를 자행하는 사람들이 줄어서가 아니라

그런 걸 했던 사람들은 공직에 못가는 거구나라는 일종의 컨센서스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공직에 나와있는 사람들은 최소한 위장전입 전력, 부동산 투기 전력이 없거나 적은,

크게 문제가 안되는 선의 사람들로 구성되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는, 자기 아들이 군대에 갈 나이가 된 공직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군대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선택을 했다.

분명히 문제가 된다는 것을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에.


시간이 흘러 바야흐로

이 시대의 화두는 부모찬스

자신들에게도 부모찬스가 있다면 쓰지 않았을 사람들이 몇이나 되련만은

어쨌든 화두로 등장했다.

아무리 털어도 털게 없어서 나온 것이든,

진짜 문제여서 나온 것이든,

무대 위에 올려진 이상 결론은 나야 된다.

진통이 심하겠지만 부모찬스란 담론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는 게 맞느냐, 내비둬도 되느냐를 판가름하는 중대란 기로라고 생각한다.


이번의 진통으로 부모찬스를 몰아내고 한발짝 더 공정사회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지

너도 했고 쟤도 했고 나도 했고, 다들 하는데 뭐가 어때? 이 상태로 머물게 될지

주위에 만연했다고 괜찮다는 건 착각이고 오류다.


다들 위장전입했고, 다들 부동산 투기했고, 다들 차명거래 했고,

다들 부모찬스 썼고, 권력이 1도 없는 사람들도 다들 건너건너 지인을 이용해서 자기 아들 편한 보직으로 빼보려는 시도를 한번이라도 해봤지만

사실 안되는 걸 했을 뿐이고,

안되는 걸 계속 할거면 계속 민간에 머물러 있으면 되는 거고

공직에 나가면 안되는 거다.

간단하다. 범법은 아니지만 구린 수단과 편법을 썼을 때에는

그냥 민간에 머물면서 부귀영화를 누리면 되는거다.

공직에만 안나가면 문제 없다.


공직에 정 나가거나 머물고 싶거든 과거를 털어야 한다.

잘못이었다, 미숙했다, 비겁했다, 내가 공직에 나갈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약속하란 말이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대중은 실수 자체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를 부정하는 태도를 미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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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추가글


정유라, 조민 사건은 표면적으로 같아 보이지만 본질이 다르다.


1. 정유라케이스

정유라라는 부모비리를 가진 존재가 문제시 되면서 결국 박근혜 탄핵이란 정치적 폭풍으로 번진 케이스.

즉 시발점이 정유라였고, 정치적 후폭풍은 태풍의 이동경로 중 나타난 예기치 못했던 현상.


정유라가 시발점이었다는 의미 = 그 당시 대한민국은 부모찬스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뜻. 젊은이들의 공정에 대한 니즈가 상당히 올라와 있었다는 뜻

국민들이 잘 모르고 있는데, 최순실 태블릿이 먼저가 아니었고 정유라가 문제가 되서 정유라가 누구딸이길래? 하다보니 흑막 속 최순실이 드러난 것임.

박근혜 탄핵의 시작은 정유라 맞음





2. 조민 케이스

조국이란 개인이 법무부 장관이 되기 위해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정유라 케이스'와 동일한 케이스가 발각된 것. 즉, 정치적인 목적이 먼저 있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털 것 없나를 탈탈 털어보고 있던 중 조국 자신이 선두에 서서 투쟁했던 정유라의 부모찬스 사례를 본인이 선행했던 것이 발각된 것.

자기도 똑같이 그랬으면 정유라 공격의 선봉에 서지 말았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국민들이 더 분노한 것.

이것은 일상적인 정치공격도 아니었고 정쟁의 희생양도 아님. 인사청문회란 원래 그런 것일 뿐. 철저히 본인이 감수해야 되는 것이고, 문제가 되는 걸 알았다면 수긍해야 되는 사안일 뿐.

가만히 있던 사람을 들쑤셔 공격한 것이 아니라, 본인이 공직에 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자초한 것임. 인사청문회에 나가면서 신상이 털릴 것이란 것을 모르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추미애 역시 인사청문회 때 비슷하게 털렸지만 국민적 공분의 정도는 달랐음. 대중들은 조국에게 훨씬 더 큰 배신감과 실망을 했다는 뜻임. 왜냐하면 보수 지지층 중에서도 조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진심으로 극도의 실망을 했기 때문.


보수층이 박근혜 탄핵에 동의할 정도로 실망한 수준 = 보수층, 중도층이 그래도 조국은 다른 좌파들과 좀 다르니까 좋다고 생각하다가 실망한 수준


박근혜 탄핵은 국민의 실망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지 뇌물죄 같은 것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3. 한동훈 딸

같은 맥락이며, 지은 죄(?)는 동일하나 이 사람은 개인적 대운이 따르는 것인지 애가 아직 미성년자고 나이가 어려 저질러 놓은 비리가 없었음. 하려고 했던 계획이 미수에 그침. 대중은 사람의 운빨까지 컨트롤할 수는 없음. 얄밉지만 어쩔 수 없는 것임. 분명한 것은, 한동훈 딸은 입시비리 없이 대학에 가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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